#사라진 소녀_루싸이트 토끼, 윤종신
이제는 날아갈 때가 된 것 같아요
내 날개 그대보다 커졌죠
그대의 내가 되기엔 나의 길 멀고 많아
사랑하지만 난 날아갈래요
그대 품이 얼마나 편한지 잘 알죠
익숙해진 나의 새장은 이제는 버려도 돼요
안 돌아와요 이제 어떻게든 내가 해나갈게요
사랑도 나의 선택을 믿어 보아요 몇 번 아플지도 몰라요
모른 척 기다려주면 어느 날 문득 두 손 마주 잡은 누굴 데려갈지도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저 먼 숲으로 가요
그늘진 낯선 골목도 외로운 밤도 혼자 걸어볼게
사진 속 소녀 추억이 되어 꿈이 내게 오는 날
멋지게 놓아준 그댈 찾아올게요 여인의 모습으로 안녕
내가 엄마가 되면 깨닫게 되면 꼭 말할 수 있도록 건강해요
[사라진 소녀_윤종신,루싸이트토끼]
어느덧 커버린 딸이 엄마를 떠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노래.
엄마를 둔 딸 입장으로의 몰입, 딸을 둔 엄마 입장으로의 몰입.
어느 것 하나 소원할 수 없는 감정에의 이입.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절절하게 고생하던 20대 중반, 엄마 품에서 오랜 기간 떨어진 중의 그리움과 자유로움 사이 어딘가에 있을 때 이 곡을 처음 맞았다. 그리고 소리 없는 눈물을 내었다.
우습게도 당시엔 결혼과 출산이란 단어가 먼 미래의 일이었음에도, 분명 있을 것이라 여겨버린 훗날의 내 "딸"에 대한 괜한 아련함을 쏟아내며 그 딸과의 이별까지 준비해 버렸다.
이제는 날아갈 때가 된 것 같아요.
사랑하지만 난 날아갈래요.
익숙해진 나의 새장은 버려도 되요.
이제 어떻게든 내가 해나갈게요,
딸은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두 갈래의 길 그 어딘가에 서있을지 모른다. 엄마의 품이 편안하고 익숙하나 의지를 들여 떠남을 다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태어남과 동시에 떠남은 예고되어 있으나 이별이란 아주 사소한 것과도 힘든 법이니, 엄마도 나도 거리로 마음으로 여러 번의 이별을 마주하며 현재의 편안함에 이르렀다.
사랑도 나의 선택을 믿어 보아요.
몇 번 아플지도 몰라요.
모른 척 기다려주면 어느 날 문득
두 손 마주 잡은 누굴 데려갈지도.
사랑을 믿어준다는 것이, 모른 척 기다려준다는 것이 난 벌써부터 쉽지 않다. 딸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딸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염려로 가득할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벌써 어렵다. 몇 번 아플지도 모른다니, 딸의 아픔을 어찌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나.
나의 몇 번의 사랑의 시절들 속에서 내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랑 앞에 쩔쩔매던 나에게 보여준 엄마의 멋지고 시원한 장면들이 지나가며 저기 밑에서부터의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핀다. 내 딸의 사랑의 날들 앞에서 모르는 척과 덤덤한 척을 해내야 때가 올 터이니, 그때마다 이 가사와 엄마를 떠올려보리.
내가 엄마가 되면 깨닫게 되면 꼭 말할 수 있도록
건강해요.
어린 여인의 모습과 희끗희끗한 여인의 모습으로 마주 앉은 두 사람. 희끗한 여인의 건강을 당부하며 맺는 마지막에서, 멋쩍어 더 크게는 표현하지 못하나 진심을 전하는 딸의 사랑이 들려온다.
내가 내 딸들을 사랑하는 넓이, 길이, 깊이와 가히 비교할 수 없는 내 엄마의 큰 사랑, 아직도 괜히 속 부끄러워 내색하지 못하는 마흔의 딸이 전하고픈 말 또한 중략과 생략을 거친 "꼭 건강해요"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