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악치료사 이원지 Aug 26. 2024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내사랑 내곁에_김현식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저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내사랑 내곁에_김현식]


눈에 물이 오른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심연 깊은 곳에서 저리고 아린, 언어화하기 쉽지 않은 그 무언가가 못내 꿀렁거린다. 나는 왜 김현식씨에게 이영진씨(내 아빠)를 오버랩 시키는 건지. 빛 바랜 앨범 커버의 김현식씨 옆 모습이 이영진씨와 유사해서인지, 김현식씨 목소리에 담겨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침과 거친 만큼 들려오는 아픔이 이영진씨에게서도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건지, 잘은 모르겠다.



정확지 못하고 야무지지 않은 나의 기억력에 기대어보면, 90년대 후반 나의 부모와 조모와 부모의 딸 아들 모두 녹록지 않은 때를 보내고 있었다. 


밤이었고 차 안이었고 아빠가 운전을 했고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보조석 엄마와 옆 자리 동생의 착석 여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와 아빠만일 이유는 딱히 없으니 아마도 네 명 함께 있었겠다. 아빠는 나지막이 후렴구를 따라 불렀고 이 노래가 참 좋다고 말했다. 이 곡과 아빠와의 추억 아닌 기억은 대충 여기까지. 참 별것 없다. 대체 왜 나는 이 곡에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 그저 전주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아빠 생각이 오르고, 운양동에 시퍼렇게 살아계심에도 눈에 물이 난다. 아무래도 나의 두뇌 시냅스 안에 김현식(내사랑내곁에)-이영진-눈물의 단계가 강하게 새겨져 신호를 전달하는 모양이다. 아고, 지금도 왜? 너 왜 또또.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얼마 전 치매 걸린 아내를 남편이 정성으로 보살피는 장면을 보고는, 아빠에게도 같은 상황이 찾아오면 꼭 그와 같은 모양새로 엄마 곁을 지키겠다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는 나름의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었고 지금도 아빠는 강강, 엄마는 중강약이나 나는 엄마를 향한 아빠의 사랑을 알 것만 같다. 온갖 희'노''애'락과 세월을 함께한 익숙하고도 신비로운 관계에 자리하는 묵직하고 뭉근하며 깊숙한 사랑. 우리의 윗세대는 더욱이나 표현하지 못하여 아내 입장에서 쉬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아마도 아빠는 엄마를 엄마의 느낌과 생각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을 터이다.


원래도 크게는 없었지만 마흔의 딸이 부모에게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은 이 세상 하나뿐인 서로가 서로에게서 떠날 날이 빨리 오지 않는 것. 엄마(아빠)가 없으면 비틀거려질 아빠(엄마)를 알기에, 하늘이여 그 때를 조금만 늦추어주오의 마음이 자꾸 짙어진다. 앞으로의 시간들, 아빠 엄마 서로 소박하고 알콩하게, 따스하고 느슨하게 행복하시길 마흔의 딸은 기도한다. 


그리고 말이에요, 김현식씨와 비슷한 이영진씨 우리 아빠. 내가 평소에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요. ‘내사랑 내곁에’ 오래 있어주세요.  


이전 13화 모른척 수다로 가려주는 그대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