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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l 04. 2024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북리뷰

나는 나에게 친절히 말을 걸어주었던 적이 있던가. by 로버트존슨&제리룰

-For Guided Imagery Music. [Book Report]


이 책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맥락은 ‘살지 못한 삶’이라는 어절이다. 로버트 존슨은 ‘그림자’라는 단어를 ‘살지 못한 삶’이라고 살짝 풀어 설명함으로서 나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는 나의 내면아이와 관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읽어내려 갔다면,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는 조금은 더 진지하게, GIM 가이드로서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저자는 심상음악치료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GIM의 그것과 크게 닮아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삶이라는 거대하고 성스러운 드라마 앞에서 우리가 맡은 고유한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감지하고 불러내 의식화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현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불만이나 분노, 슬픔과 무기력함, 실망감,,, 등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우리는 ‘살지 못한 삶’을 탐색함으로서 두려움과 후회, 실망을 극복하고 일상적 자각 너머로 시야를 확장하고 의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저자는 행해져야 마땅한 “행위”의 영역(설거지, 청소, 가계부 정리 등)과 함께 삶의 또다른 면, 인간관계와 사랑, 일상에 깃든 신성, 한줄기 햇살이나 새의 지저귐 등의 “존재함” 영역에도 똑같은 시간을 들여야한다고 말한다. 세속의 영역과 영원의 영역 중 하나에만 집중하고 다른 하나를 배제한다면 고통스러운 분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수님께 숱하게 들었던 “무의식의 의식화” 경험을 통해 존재함의 초점을 행함의 실천으로 옮겨오는 것이 최고의 성취이며 경이로운 힘이 될 수 있겠다. 


 나는 특별히 [‘적극적 상상’을 통해 그림자에게 말을 걸다] 챕터를 통해 심상음악치료와 연결된 많은 부분들을 떠올리며 배울 수 있었는데, 로버트 존슨이 말하는 적극적 상상이 음악 안에서 이루어질 때의 효과, 그리고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GIM음악 프로그램들이로구나 라는 생각에 더욱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적극적 상상을 고전 음악 안에서 이루어내고, 실제 프로그램까지 설계한 Helen Bonny 선생님이 새삼 놀랍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적극적 상상이란 자기 자신(그림자)에게 의도적으로 말을 걸어서 경험을 형성하는 무의식적인 패턴을 바꾸는 것, 미지의 존재를 탐색하는 방법, 또 살지 못한 삶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좋은 과제이다. 로버트 존슨은 우리의 내면에는 실로 많은 보물이 묻혀 있으니, 적극적 상상을 올바로 실천해보라고 강하게 권면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대체로 혼자 해야 하는 작업인데, 훈련이 필요하다. 무의식에서 이미지를 불러내야하고, 대다수가 이를 매우 어려워한다. 누구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므로 미리 단련을 해둬야 시작할 수 있다.”라고.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존슨 선생님, 맞아요. 그래서, 그래서 말이죠. 그래서 GIM을 하는거에요! 음악과 가이드가 그걸 돕는거라구요! 존슨은 이어서 시작 단계에는 인내하고 집중해야한다고, 초기에는 기껏 노력한 보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내가 그랬듯 말이다. 음악의 힘을 받고도 처음에 쉽지 않았는데, 음악의 도움 없이 홀로 해내는 적극적 상상이라.. 현대인에게 쉽지 않은 과정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는 불현듯 어떤 이미지나 느낌이나 감각이 나타나거든, 무조건 그것에 집중하라고. 그것을 통해 무의식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지, 또는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할 때까지는 날아든 새를 날려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이미지도 좋으니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이미지에서 출발한 내면의 그림이 어떻게 펼쳐지고 변화하는지 주의깊게 관찰하면, 조만간 마음속 그림이 자유연상을 통해 변화할 것이라고. 마침내 그 이미지가 목소리를 갖게 되면, 자신이 해야할 말을 건네보고, 그 이미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맙소사.! 나는 존슨이 정말이지 심상음악치료, GIM을 설명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GIM 시간, 음악이 흘러나오면 불현듯 어떤 이미지나 느낌, 감각이 나타난다. 가이드는 여러 심상의 갈래에서 한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내가 더 훈련해야할 부분) 그리고 그 무의식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때로는 그 이미지 속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대화를 시도해보고, 심지어 우리는 터치해보기까지 한다! 융 이론에서 말하는 적극적 상상에서 한 단계 발전되고 업그레이드된 임상이자 이론이 GIM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GIM 세션을 받는 중에 교수님이 또다른 나(성인 이원지)가 되어 주셔서 심상 속의 어린 이원지와 대화를 나눠주신 적이 있다. 그 과정은 내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는데, (장면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오르는)다 커서 성인이 된 내가, 웅크리는 어린 나에게, 내가 얼마나 잘 컸는지에 대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수퍼비전 세션이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다시말해 가이드가 트래블러의 또다른 내가 되어주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자 안의 그림자(탐욕)와 이어나가는 적나라한 대화가 고스란히 실어놓았다. 그리고 이 대화를 상징적 대화라고 명명했다. 상징적 대화의 상대는 탐욕 뿐 아니라 내 안의 비평가, 격분한 냉소가, 겁에 질린 아이, 고통받은 피해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 내면의 기질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대화가 일단 굴러가면 머릿속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펼쳐지고 서로 물러서지 않는 대화가 한없이 이어지다보면 의식 차원의 입장과 그림자가 서로를 달래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성질 일부를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에 불협화음처럼 보였던 것에서 상생과 실행이 가능한 통합이 이끌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문장들을 GIM과 계속해서 결합하면서 읽어내려갔다. 내담자의 심상 속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이야기가 펼쳐질 때, 우리는 음악의 다양한 역동을 사용해서 영화의 상영을 도울 수 있고, 또다른 내담자가 되어 대화를 도울 수 있다. 음악 없이, 가이드 없이는 한없이 심오하고 어려울 수 있는 작업(그러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을 음악으로, 질문과 대화로 돕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경험하는 대극적 두 요소(선과 악)를 온전한 의식의 품으로 다 끌어안을 때, 즉 대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무슨 일이든 두 가지 측면이 품위를 지닌 채로 공존하게 하라고. 둘 사이의 긴장이 더 나은 해결책과 통찰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항상 충돌하는 대극에서 항상 성스러운 역설로 나아갈 때 의식의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처리되지 않은 그림자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런데 내가 싫어하고 때로는 증오하기까지 하는 나의 어두운 면을 사라지게 하려할수록 더 깊은 절망을 깨닫기만 할 뿐이었다. 다 끌어안으라,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며 공존하게 하면(품위있게), 그 긴장이 더 나은 해결책과 도약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가이드로서, GIM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이 두가지 요소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도록, 적극적 상상을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의식을 의식화하도록, 그래서 더 큰 통찰을 얻어 인생을 마주할 세찬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나에게 찾아오는 누군가를 그렇게 편견 없이, 따뜻하게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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