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영배 Mar 14.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7

스마일 문방구






스마일 문방구






어릴 적 초등학교 정문 앞에

대문짝만  문방구가 있었다





이름은 스마일 문방구였는데

사장님은 웃지 않았다





인사도  안 받아주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우리는





심통 난 표정 일색이던 아저씨를

골려주기로 했다





범행 대상은 계산대 옆을 항상 지키던

번쩍번쩍 금화 모양 초콜릿이었는데





크기도 작고

맛도 있는 것이





작업하기에도 좋고

장물 처리도 손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사를 계획한 우리는

이인일조로 팀을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은 초콜릿을 훔치는

구조였는데





열 살 생애 처음 느끼는
낯선 흥분감에





하나에서 시작한 초콜릿 개수는
한 번에 다섯 개씩 홈치는 정도로
덩어리가 커졌고





열 살짜리 애들 넷은
어느덧 서로의 스킬을 품평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일진도 도 아닌
작은 간을 가진 애들은





커져가는 불안감에
프로젝트 중단 시점을
각자 암묵적으로 타진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6학년 형아가
오토바이를 훔치다 걸려
파출소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잡범들의
금화 프로젝트는 그날로 끝이 났고





우리 넷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 후





그렇게 사십여 년이 흘렀다





스마일 문방구 아저씨는

정말 꼬마 도둑들의 존재를 몰랐었을까





반백살이 다된 지금

아들이 말할 때 벌어지는 코평수 크기만 봐도





말의 진위 여부는 물론

행위의 부도덕성 정도까지 가늠이 되는데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던

스마일 문방구 아저씨가





과연 초콜릿 도둑들의 존재를

정말 몰랐었을까





 학년 첫날부터

별 시답지도 않은 일로

애를 잡으며





자신은 뭐 엄청 똑바로 사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놨던 내게





신은 급 어릴 적 스마일 문방구 프로젝트를

상기시키며 말씀하신다.





"너나 잘하세요."

이전 06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