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문방구
어릴 적 초등학교 정문 앞에
대문짝만 한 문방구가 있었다
이름은 스마일 문방구였는데
사장님은 웃지 않았다
인사도 잘 안 받아주는 모습이
영 못마땅했던 우리는
심통 난 표정 일색이던 아저씨를
골려주기로 했다
범행 대상은 계산대 옆을 항상 지키던
번쩍번쩍 금화 모양 초콜릿이었는데
크기도 작고
맛도 있는 것이
작업하기에도 좋고
장물 처리도 손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사를 계획한 우리는
이인일조로 팀을 짰다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은 초콜릿을 훔치는
구조였는데
열 살 생애 처음 느끼는
낯선 흥분감에
하나에서 시작한 초콜릿 개수는
한 번에 다섯 개씩 홈치는 정도로
덩어리가 커졌고
열 살짜리 애들 넷은
어느덧 서로의 스킬을 품평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일진도 뭣도 아닌
작은 간을 가진 애들은
커져가는 불안감에
프로젝트 중단 시점을
각자 암묵적으로 타진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6학년 형아가
오토바이를 훔치다 걸려
파출소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잡범들의
금화 프로젝트는 그날로 끝이 났고
우리 넷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 후
그렇게 사십여 년이 흘렀다
스마일 문방구 아저씨는
정말 꼬마 도둑들의 존재를 몰랐었을까
반백살이 다된 지금
아들이 말할 때 벌어지는 코평수 크기만 봐도
말의 진위 여부는 물론
행위의 부도덕성 정도까지 가늠이 되는데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던
스마일 문방구 아저씨가
과연 초콜릿 도둑들의 존재를
정말 몰랐었을까
새 학년 첫날부터
별 시답지도 않은 일로
애를 잡으며
자신은 뭐 엄청 똑바로 사는 듯
일장 연설을 늘어놨던 내게
신은 급 어릴 적 스마일 문방구 프로젝트를
상기시키며 말씀하신다.
"너나 잘하세요."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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