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오늘 입고 온 옷이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옷인걸
몰랐었으면
동창회 얘기를 들은 그날 바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몸이
이 모양인 것도 몰랐으면
신고 온 신발도
백만 번을 신고 벗었었는지 몰랐음 좋겠고
몇 개 안 되는 핸드백을
수십 번 들었다 놨다 했던 것도
절대 몰랐으면
그러다
입고 갈 옷이 없다고
남편과 대판 싸운 것도
진심 몰랐음 좋겠는데
심지어
꽤 많은 음식을
피부에 양보했음에도 불구
전혀 티가 안나는 것도
제발 좀 몰랐으면
그 러 나
뭣보다
저들 자식 자랑은
내 얼마든지 들어주겠는데
제발
"너네 아들 공부는 잘하냐?"며
심층분석은
안 들어갔으면
저들이 안거들어도
이미 충분히 골치 아프니
딱 거까지만
했으면
Brunch Book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