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는 친절하다
트렁크 문을 열고 달렸더니
"띵동~띵동"
문이 열렸다며 친절하게 그림으로 알려준다.
내 이십여 년 전
첫차도 그랬었었나?
차값이 비싸질수록 차들은 더 친절해진다
그뿐인가
집도 집값이 비싸질수록
거주자에게 보다 나은 편의를 제공하고
각종 전자제품들도
업그레이드가 되면 될수록
이용자에게 더 친절하다 못해
다들 저들이 더 세심하고 사려 깊다고
광고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는 언젠가 잘되면
혹 잘되게 된다면
핏빛 복수를 하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지금보다
강력하고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지닌
인간이 되면
보란 듯 제대로 갑질을 되갚아 주겠노라고
결심했었는데
우연히 본 트렁크 열림 경보에
머쓱해진다
무생물보다도 못한 것 같아
검연쩍어진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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