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빠레를 든 부부
아무리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너무너무 더운 날
에어컨이 빵빵한 차 안에서도
잠시 후
내릴 것을 걱정하던
내차 옆으로
자기 얼굴만 한 빵빠레를
든 부부가 지나간다
빵빠레가 저렇게 컸었나?
까무잡잡한 피부 탓인지
유독 더 커 보이는 빵빠레를 든
부부는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연신 깔깔거리며 빵빠레를 먹는다
우리 부부도 이 날씨에
빵빠레를 들고 걸으며
저리도 재미있을 수 있을까
공부를 빡씨게 해
자격증을 따라거나
아니면
수십 인분의 식사를 거나하게
차려내라는 등
뭐 그런 류의 미션이라면
힘들긴 하겠지만
가능은 하겠는데
이 더운 날
것도 반백살의 나이에
너와 나
그리고
빵빠레만 가지고
저리도 행복하긴
나
영 자신이 없다
혹시
애인 아냐?
잠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긴 했었으나
애인을 만난다고 하기엔
둘 다 영 남루하기 짝이 없는데
나름 낭만주의자인 나도
왠지
저 장면은
자신이 없어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부러워하기만 한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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