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21
난 마음이 어려울 땐 글을 쓸 수 없다
난 마음이 어려울 땐 글을 쓸 수 없다
마음이 어려울 땐
난 글을 쓸 수 없다
저가 뭐 대단한 시인도 아니고
누가 크게 기대도 전혀 안 하는데
마치 세수 안 하고
화장하러 앉은 여자 모냥
이를 닦지 않고
등굣길에 나서는 학생 모냥
마음이 어려울 때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쓰고 지우기만을 반복하다
자라목 마냥 그냥 숨어버린다
온통 회색이던 어느 날이었던가
마음이 정말 어렵던 날에
우연히 본 글귀 하나가
지하 한 오백 층쯤에 처박혀 있던 날
몇 번을 꺼내줬었는데
그 어떤 것으로도 널린 빨래 같던 나를
벌떡 일어서게 했었는데
그래서 더욱 어려웠던 걸까
그 언젠가 나처럼
마음이 아주 어렵던 누군가
우연히 내 덜 익은 글을 보고
배탈이라도 날까 봐
덜컥 겁이 나서였을까
오늘도 난 글쓰기가 편치 않은데
내 배로 애를 낳듯
매번 그 완성이 쉽지 않은 나는
글쓰기와 2년째 내외 중이다
늘 손님 같다
Brunch Book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