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영배 Aug 10.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23화

휴학 기한이 초과되어 더 이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습니다.





"휴학 기한이 초과되어 더 이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올 것이 왔다.





그렇게 머리 빠져가며
들어간 유명 대학원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남편 말마따나
내 생각과 많이 다르던 그곳






온 가족의 피땀이 쩌든 성적표엔

생전 본 적 없던 A학점이 가득한데






교수님께
공짜로 써달래도
인턴을 거절당했던
대략 반백살 나는






3학기를 마치고
불쑥 휴학계를 던지고는
칩거에 들어간다






느려터진 회복력에
지체를 반복하던 복귀 준비






어느덧 꽉 찬 기간에
휴학 연장마저 거부당한
어느 날





반백살 중년 아줌마는






그저 멍하니

"연장 불가"를 통보한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는데




"누나,
사회에선
'석사' 그 한 줄이
의외로 중요하니
어떻게든 학교는 꼭 마쳐야 해.
알았지?"







나보다 네 살 어린데
네 살 오빠인







이역만리 엘리트 남동생은
어찌 귀신같이 알고

오밤중에 전화벨을 울려댄다.





본의 아니게
속이 시커먼 누나는
"알겠노라."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전화를 일단 끊는데....






동생아~~






영국 시인 Christopher Logue의 시

"절벽 끝으로(Come to the Edge)"에서






두렵지만

절벽에서 뛰어내린 사람만이

본인이 실은 날 수 있었음을 깨달았듯





졸지에 무소속이 된 누나는
이제 진짜 내 비행력에

시동을 걸어볼 거야

                  

            

석사 따면 박사들에게

또 밀린다고 전전긍긍하지 않겠니?





남들의 인정 의존
인제 고만할란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난
이거 먼저 할 건데





너도 동참해 줄래?






반백살인데도






아직
익으려면 한참이나 남은
내 인생에





"건배"

이전 22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2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