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9
저 좋은 거 해야지
저 좋은 거 해야지
어느 날
갑상선 질환
중간체크를 하러 병원엘 갔다
담당 선생님이
퇴사를 하셨다며
다른 의사를 연결해 준다
죽을 때까지 날 책임지겠단
약속은 한 적 없지만
괜스레 섭섭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새로이 배정된 선생님과
진료를 받는 듯 마는 듯
받고 나와
헛헛한 마음에 왠지 허기가 져
지하 식당가를 찾는다
평소 채식을 지향하는 바이나
그날따라
알 수 없는 허기에
국물이 유달리 진해보이는
곰탕 특 사이즈를 하나 시켜놓고
심심함을 달래러
유튜브를 켰는데
웬걸
퇴사했다는 선생님이 유튜브 영상에 나타났다
이리도 빵끗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매번
인조인간 로봇 같은 표정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유튜버가 된 제2의 인생이 퍽도 좋았나 보다
인생 뭐 있나
저 좋은 거 해야지
걸어 다니는 알레르기 종합 선물세트인 덕에
비자발적 채식인으로 사는 나도
덩달아
동물냄새 그득한 곰탕을
깨끗이 비운다
집에 가는 길엔
편의점에도 들러
돼지 젤라틴이 듬뿍 들었다는
하리보 젤리도 한 봉지 먹어준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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