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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May 18.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7

어느 어버이날





어느 어버이날








열 가지 재주 있는 놈이 빌어먹는다던데






열 가지는 못되는지 아직 빌어먹진 않는 딸이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엘 간다






세상 궁금한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았던 딸은

방년 대략 반백살이었는데





아직도 자라는 중이던 그녀는
여든을 앞둔 부모 앞에서
묻지도 않은 장래 희망을 읊어댄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얘야, 제발 이제 그만 자라라.'





시댁에선 매번 경기를 하는데

성장이 존재이유인 여식이 걱정된 어버이는

그저 답답하기만 하고






좋자고 온 건지 속을 뒤집으려고 온 건지





과년을 넘어 중년인 딸년은

좀처럼 뜻을 꺾을 줄 모르는데





"네가 그 나이에 교수가 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반백살에 유학을 가겠다며

현실감각은 개나 줘버린  딸

어버이는 충격요법을 시전





중년의 여식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지엄마가 우니
옆에 앉은 아들도
덩달아 두 눈이 벌게진다






저도 저럴 때까진
부모한테 말 못 할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노령의 어버이는 먼산만 바라보는데






티브이 속 어버이날은
다들 행복 충만하나





같은 하늘 아래
어느 집 안은

이리도 눈물이 난무






그래서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 그리 적어놨던 걸까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행복과 불행의 정의가 어찌 다 같겠냐마는





오늘도

평범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어느 집 여식은

 





어버이 선물을 잔뜩 주곤 욕을 바가지로 받는다






로 주고 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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