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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Dec 06.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84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Yih Han Wu(German-Taiwanese, 1982)
"Recorder Practice lll", (2015)
Oil on Canvas
180 x 60 cm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교과서에서나 본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는 요즘





아들의 질문에 답하던 나는

순간 말하면서도 머쓱해지는 순간이 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고





또 훌륭한 지식인이 되어 입신양명할 필요를





피력하고 또 피력했었는데





정작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가고

식자층이 된 사람들이 빚어내는 촌극은





결국 부모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라는 미명아래 권고했던





그 잘난 식자층 인생의

뒷모습을 연일 보여주며





학문적 성취와 인격적 완성은

 




"서로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음"

하루에도 몇 번씩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들은 눈으로 내게 묻는 듯했다





'엄마가 말하는 "잘됨"의 정의가 뭐야?'





문득





아이 어릴 적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읽었던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생났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예순다섯의 저자는





우리는 강의, 설교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되는 것뿐이며





삶은 또 갖가지 일들로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은 무엇들이었을까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으라.


변기를 사용한 뒤에는 물을 내리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라.


매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밖에서는 차를 조심하고 옆 사람과 손을 잡고 같이 움직이라.


경이로움을 느끼라.


스티로폼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뿌리가 나고 잎이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그러는지, 왜 그러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 씨앗과 같


금붕어와 햄스터와 흰쥐와

스티로폼컵 속의 작은 씨앗마저 모두 죽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속에 들어있다고 말한다.





황금률과 사랑과 기본적인 위생,

그리고 환경과 정치와 평등과 건강한 삶까지.





그렇담, 어쩌면





그 이후 학문의 여정은





인간이 저들 필요에 따라





이 교훈들을 지능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오늘도 장 연설을 늘어놓다가





정작 라벨을 떼지 않고 버린 생수통으로

아들에게 한 소릴 들은 나는





90 먹은 할아버지도





손자에게 배우고 죽는다는데





찍소리 않고 생수병 라벨을  후 버린다





아들 눈치를 조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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