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97

부러우면 지는 건데

Sergio Haisch(Bolivia)

"Indomitable Transience"
Oil on board

70x100 cm

부러우면 지는 건데

난 어제도 졌다

동년배인 어느 의사의

성공담이 담긴 책을 읽고는

멋지게 박수 쳐주지 못했고

숨기려 했으나 실패하고

그만 막 샘이 났다

그냥 성공담이 아니라

인품도 훌륭해 보이는 저자는

지덕체를 다 갖춘 성자모양

과하게 인자한 모습이었고

걸어 다니는 홍익인간모냥

얼굴을 비추는 곳마다

인자함도 흘리고 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빈틈

유독

집안 곳곳

대문짝만 한 명품 로고가 박힌 제품들을

애정하는 그는

"미혼"이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간 보아왔던

유독 명품로고가 큰 제품을

선호하던 사람들의 면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던 나는

"미혼"이라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선생님..

처자식이 생기면

생각처럼 안되실 거예요."

소주잔보다 못한 소갈딱지의 나는

이리 지저분하게 독후감상을 내고는

책을 덮는다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면서

평소 돈도 못 버는 게 눈만 높단 얘길

지겹게 듣던 나는

동년배의 성공담만 들으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에이 뭔가 있었겠지 아님

우리가 모르는 단점이 있겠지...'

마치 발작버튼이 눌리듯

나는 영 소질이 없는

돈벌이 분야 고수 얘기들은

매번 내 숨겨놓은

빈대만 한 소갈딱지를 들키게 했고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물론

저도 노력은 했었다

누군가, 앞서 나가는 이들은

새벽시간을 이용한다 했던가

그러나 새벽 기상 며칠에

그만

나가떨어지곤 했던 나는

기본조차 안된 자신을

수도 없이 자책했었고

기본도 안되어 있는데

잘 풀렸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하고 또 좌절했었다

"시간 관리에 집중하지 말고,

대신 에너지 관리를 시도하세요"

기업 스토리텔러이자 콘텐츠 전략가

크리스틴 브라우스톤 Kristin Browstone은

말한다

시간 관리가 번아웃에 대한 해독제이자

최고 효율의 해결책으로 종종 언급되지만,

창의성을 저해하는

시간 짜내기 루틴보다는

하루 안에 만들고, 사용하고,

간직하는 에너지를 중점에 둔 루틴을 

제안하는 전문가는

시간관리에 대한 맹신이

잦은 좌절을 낳고

좌절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결국

더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주는

생명력 에너지를 가두고 있다고 경고한다

어쩌면

앞서나간다는 건

남들의 성공 공식을

뛰어넘는 것부터가 아닐까

그렇담

성공한 사람의 루틴을

무조건 맹종하기보다

훗날 내 책에 쓸 생각을 하며

나만의 방식을 미리 만들어 놓는 건 어떨지

이렇게 쓰고 보니

미쿡 전문가의 말과

내게 질투를 일으켰던 책 저자가 말한

"열심히 하면 오래 못한다

즐겁게 해야 더 오래 더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일맥 상통하는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승자는 책의 저자였던가

그렇담

우리는 또 깔끔한 성격이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바

드물게 "난 분"인건 인정

오늘부터 난 저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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