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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Dec 20.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98

덤 앤 더머

Carl Randall(British, b.1975)

"The Gildons in London (Andy & Kath at the RA)" (2018)

Oil on canvas
43 x 100cm


덤 앤 더머







어릴 적 엄마랑

앨범을 볼 때





처녓적 엄마 모습이 너무 낯설어

엄마에게 물었었다.





"엄마 이 언니가 진짜 엄마야?"




.

"응, 근데  

겉모습은 변했지만 마음은 똑같아."





내가 살아보니 정말 똑같다





철없이 교복치마 입고

담 넘어 다닐 때나





반백살을 얼마 앞둔

중년인 지금이나





그렇담

뭐,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저 건넌방에서

코인차트를 보느라





아주 모니터 안으로 들어갈 판인

저도 크게 다르진 않지 않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방도 아닌데

결혼 전반전을





아주 피비린내 나는 전투태세로

보낸 우리는





누군가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더 이상 싸우는 게

김 빠진 맥주 같아





정말 재미없어

싸우기를 중단했다





대신 요즘엔 서로에게





반박자 느리게 반응는데





상대의 헛소리에도 반박자 느리게





정말 동의해도 반박자 느리게





그런데 신기하다





그간 무슨 논리 경진대회모냥

둘 다 똑소리 날 땐





세상 치밀하게 계획해도

싸울 일이 백만개더니





모지리모냥

덤 앤 더머를 자처한 후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별 계 없이도





사가 둥글둥글

 굴러간





그간 왜 그리 서로에게

똑똑한 척 했었는지





생각해 보니 그저 웃음만





오늘도 나는

늘어진 테이프 마냥





남친에게 녁 메뉴를 묻는다





"자. 기. 야. 저. 녁. 뭐. 먹. 을. 래?"





"그, 냥,  , 먹. 고, 싶, 은, 거."





신기하다





확실히 착해졌다




The Primitives Crash (The '95 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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