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는 암자 앞 돌계단에 섰다.
그는 산에 오르는 동안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버릇을 보였다.
몇 걸음 옮기다 멈추고, 다시 뒤를 확인했다.
무엇을 두고 온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마음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자주 흔들렸다.
사람들과의 거리, 손에 쥐었다고 여겼던 관계,
오래 간직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상태들이 하나둘 느슨해졌다는 생각이 반복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탓하지도,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게 흘러온 시간의 방향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런 생각을 안은 채 암자 앞에 멈춰 섰을 때, 산신령이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수는 그 시선을 낯설게 여기지 않았다.
이 산에 오를 때마다 말없이 지켜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산신령님, 저는 왜 자꾸 멀어지는 것만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은 잠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에 묻혔다.
산신령이 말했다. “자네 마음이 요즘 바람이 일정치 않은 숲길과 같네.”
민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잡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손에서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산신령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 채 잠시 침묵했다.
“허허, 물길이 막히면 물은 다른 길을 찾게 마련일세. 자네가 붙잡으려 한 것들도 제 나름의 흐름을 따랐겠지.”
민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멀리서 새 한 마리가 울고, 그 소리는 숲에 흡수되듯 사라졌다.
“의미가 없어진 것들은 기억에서도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무를 보게.” 산신령이 주변의 나무들을 가리켰다.
“이끼와 바위, 나무는 서로를 붙잡지 않네.
다만 각자의 자리에 머물며 균형을 이룰 뿐일세. 생태도 그러하고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네.”
민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가슴 안쪽까지 내려왔고, 잠시 숨이 걸린 듯 멈췄다.
그는 자신이 억지로 유지하려 했던 관계와 상태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붙잡고 있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느슨해진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그의 손을 떠나, 그가 서 있던 자리와는 다른 곳에 놓여 있었다.
같은 산길이라도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듯,
그의 삶 역시 어느새 다른 위치에 놓여 있었다. 민수는 그 사실을 이해하려 애썼다.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남았다.
민수는 암자를 떠나 다시 산길을 걸었다.
발밑의 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발걸음은 전보다 가벼웠다.
멀어지는 것과 남는 것이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숲길 위에서,
그는 더 이상 의미를 억지로 붙들지 않았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민수의 마음도 잠시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