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담을 경험한 초보엄마의 실수(?)
어린이집에는 '학기 면담'이라는 하나의 제도가 있다.
선생님과 부모가 소통하며 아이의 발달과정을 살피고 공유하는 것이다. 아이가 만 1세 반에 있었을 때도 1학기, 2학기 한번씩 이루어졌는데, 두 번 다 남편을 보냈다. 내가 갔다가 괜히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보이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면담하고 돌아온 남편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10분 만에 끝났어! 그냥 다 잘하고 있다던데?"
만 2세 반이 되고 첫 면담 일정에 관한 키즈노트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 가방에 있는 면담조사서! 오랜만이다.
앗, 남편이 이번엔 나더러 한번 가보란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똑똑똑...' 만삭 배를 붙잡고 열심히 뛴 탓인지, 심장이 요동쳤다.
선생님이 "아.. 그런데 면담조사서에 이런 글은 처음이에요." 하며 입을 떼셨다. 내가 며칠 전 써냈던 면담조사서. 여백이 돋보이는 종이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피 부 건 조' 라는 무미건조한 네글자가 보였다. 분명 내가 쓴 것이 맞는데, 내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웠다. '뭐라도 더 쓸걸 그랬나?' 멋쩍은 웃음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몰랐던 아이의 사회생활은 꽤나 흥미롭고 놀라웠다. 머릿속 한편에는 '면담가면 낮잠 자는 거 볼 수 있어. 대박 귀여워!'라는 남편의 말이 떠오르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나는 왜, 그렇게 짧은 글만 써서 보냈을까?
어쩌면 나는 짧은 네글자로 너를 믿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나와 남편의 '삶의 태도'를 보며 자란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보고 있는 너가 있기에.
스스로도 자신을 믿길 바라는 마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