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집 May 21. 2024

입원실에서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다

둘째 제왕절개 첫날의 이야기

내 인생 두 번째 6박 7일 입원실 생활이 시작되었다. '두 번 째니까 더 할만할 거야.' '아는 고통인데 뭐.' 하며 여유로웠다. 막상 3 년 전 왔던 수술실에 들어오니,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갑자기 사르르 펼쳐지며 덜컥 겁이 났다. 잔뜩 경직된 새우자세로 하반신 척추마취를 시작하였다. 배에 소독을 하는지 붓칠 하는 느낌이 든다. 초록색 천으로 잔뜩 뒤덮이고,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남편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덜컹덜컹 푸쉬시시 꾹 꾹 -  '12시 26분' '응애응애' '여보 고생했어' 유독 길게 느껴지던 두 번째 수술이 드디어 끝났다.


제왕절개 수술 첫째 날은 베개를 배지 못하며 고개를 들면 안 된다. 남편 폰으로 익숙한 영상통화 음이 들린다. 첫째 딸이 전화 왔나 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 화면을 비추자마자 너의 커다란 두 눈망울이 보였다. 차마 입을 뗄 수 없었고, 나도 모르게 화면을 재빨리 돌려버렸다. 화면너머 울먹이는 엄마를 보면 너의 마음이 어떨지 예상할 수 없어 그랬다. 시어머니가 눈치를 채셨다. '이니, 우나?' 남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님이 크게 말씀하신다. '이니야 울지 마라. 시력 떨어진다!'


입원실 식사. 대형 미역국과 함께


찰나의 순간에 너의 눈을 보고, 이 상황을 간신히 인내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어린것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빠에게 '엄마 어디 갔어요?' 하고 묻는 목소리에 또 한 번 숨죽이며 눈물을 삼킨다.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 이제 안 아프다고, 곧 동생 데리고 집에 갈거라 말하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혼자 거동이 가능할 때쯤, 남편이 첫째 곁으로 갔다.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사진과 너의 영상.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영상통화로 천천히 안정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너가 보고싶은 밤에.



이전 08화 너의 빈자리에 행복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