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분유를 먹이며 혼자 밥먹고 있는 첫째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에 자꾸만 가슴이 울컥거렸다. 동치미 국물을 마시겠다며 두손으로 그릇을 잡고 후루룩 하는 모습이 왜이리 애처롭고 안쓰러워보이던지; 하필 그때 마침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이 내표정을 보고 오늘 힘들었냐 묻는다. 배고파서 울고있는 둘째를 두고 첫째를 챙기고 있자니 둘째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고, 둘째 맘마주느라 혼자 밥먹고 있는 첫째를 보자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이 이렇게 대답한다.
"아 그냥 바쁜거였네. 일할 때보면 바쁠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도 있잖아. 감정 싣지말고 업무라고 생각해봐." 처음에 그 말을 듣고 아직 울컥거림이 남아있는 상태라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했었다. 그리고 아빠랑 조잘거리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진정되었다. 다시 남편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업무라고 생각해봐.‘
다음날, 주말에 처음으로 둘째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 '나는 산후 도우미다.' 생각하고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해보았다. 배고플 때 먹이고, 심심할 때 놀아주고, 잠올 때 재우고, 집안일이 있으면 짬짬히 집안일을 해나갔다. 이전보다 훨씬 육아난이도가 쉬워졌다. 울음에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출산 후 알 수 없는 호르몬 작용으로 감정이 오락가락 할 때 산후 도우미에 빙의하는 방법,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