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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집 Mar 28. 2024

어린이집에서 "오늘 한 번도 소변을 안 눴어요"

두 돌 아이의 배변훈련 중 해프닝

"기저귀도 아예 안 젖었고, 변기에 앉혔더니 방귀만 뀌었어요"

너무 급하게 배변훈련을 시작했나. 찰나의 후회와 함께 이런 생각을 했다.

-

변기는 일찌감치 사두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마음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심산이었다.

쉬야를 잘했다며 박수와 사탕을 주는 것이 싫었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겠지 하는 그런 마음...


그런 내가 배변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돌이 지난 지 3개월 쯤 지나자, 소변 양이 급격히 많아지며 피부 발진 정도가 점점 심해진 것이다.

기저귀를 차고 자는 밤마다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고 '비판텐'으로는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1시간 30분 ~ 2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변기에 앉혀보았는데, 거부감 없이 소변을 곧잘 누었고 "안 나와요"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어린이집에서 아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7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방울의 소변을 보지 않았다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날 하원 후, 소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놀다 보니 푹 젖은 기저귀를 만져보고 안심이 되어 울컥 눈물이 났다. 


'배변 훈련을 여기서 멈춰야 하나?' 

'너무 큰 스트레스였나?'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였다.

하지만 집에서는 너무나 잘 해내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상의 끝에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어 주말 외출 시간을 활용하였다. 


백화점에서 한 번 실패. 카페에서 한 번 성공! 


그리고 월요일. 오늘의 키즈노트 알림장 '변기에 소변을 보았습니다'가 내 눈에 반짝반짝 거리는 텍스트로 보였다. 

모든 경험이 처음인 아이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었던 게 아닐까. 미안함과 함께 다행히 아이가 천천히 극복하고 있는 것이 보여 안도감이 느껴졌다. 


시작한 것을 무르지 않고 믿고 기다려준 것이 어쩌면 도움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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