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구절이 저절로 떠오르는 파도를 마주했다. 얼마나 담고 싶던 파도였던가. 정말 말 그대로 파도가 밀려오는데, 꼭 내가 걱정하고 힘들어했던 것들이 파도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거센 바람과 파도 사이에서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편안했다. 딱 지난 일주일. 정말 일주일 만이었다. 다시 마주한 바다 앞에서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많은 생각들로 가득해 지금 내 앞에 있는 파도처럼 울렁였던 마음이, 일주일 전에 본 바다처럼 잔잔해졌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오히려 거센 파도를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던 아침. 아름답게 부서져 거품으로 사라지는 파도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물거품이라는 게 파도를 두고 생긴 말이었던가. 바다가 밀려와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걸 보는 만큼 내 걱정도 다 없어지는 것 같아서, 자주 듣던 노래를 틀어놓고 한참을 바다 앞에 앉아 파도를 담았다. 돌아가서 또 다른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모든 게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래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온 세상이 크고 거센 파도와 바람소리로 가득했지만, 기억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넘치게 바다를 담았으니.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지난날의 파도를 보면서 또 다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속상한 마음들과 후회만으로 어제의 나를 기억하기엔, 아름다운 파도만큼, 보다 더 소중한 나이기 때문에. 그래도 마음에 작은 방 하나 마련하는 덴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유로운 마음의 방은 나서는 걸음걸음마다 조금씩 늘어가기 마련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