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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otte Feb 21. 2022

꽃망울

꽃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에겐, 봄을 기다리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다. 추운 겨울에도 피어나는 동백꽃부터 시작해, 완연한 봄이 오기도 전에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 유채꽃부터 우리를 들뜨게 해주는 벚꽃까지. 이렇게 봄에 피어나는 꽃향기를 맞기 시작하면, 여름엔 수국과 해바라기, 가을엔 코스모스를 만날 날들을 기대하며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또 생겨나기 때문이다. 피었다 금세 져버리는 게 꽃이어서 별 볼 일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난 그래서 좋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성질이 주는 아름다움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매력이 넘쳐흐르는 그 색깔이, 나를 스쳐갔을 때 생기는 그 잔상이.


그래서 나는 무던한 사람보다 특이한 사람들을 좋아하나 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배려심 속에 자리 잡은   송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울창한 잎이 커다랗게 자리 잡아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나무처럼 개성이 넘치지만 우직한 사람들. 멀리서 보면 정글 같아 보이려나. 규칙 없는  보이면서도 나름의 규칙들로 공생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그랬으면 좋겠고,  모습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도 같다. 생각해보면 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주변에서 종종 쓰이곤 한다. 듬직해서 기댈  있는, 어떤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을  같은 사람들에게. 이렇듯 나무들도 저마다 피어나는 잎의 모양새가 달라 매력적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꽃이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어디 있으랴, 너무 유명해 모두가 알법한 시의  구절. 꿈이 가득한, 잎도  피기 전인  시절부터 나는 꽃이고 싶었나 보다.


모든 게 다 새롭고 어렵던 어린 시절부터 저 구절이 마음에 들어 힘들 때마다 자꾸 꺼내어 보곤 했다. 갖은 역경에도 꺾이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소중한 꽃 한 송이. 시들 때도 있고, 바람에 흩날려 꽃잎이 떨어지기도, 추위에 움츠려 나를 숨길 때도 있지만 결국엔 찬란하게 피어나는. 무던한 나무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예민해 관리하기 쉽진 않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면 누구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니까. 나도 그랬으면 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나는, 얼마나 피어 있는 걸까. 지나온 세월 동안 이미 한 번 피었다가 다시 지고, 또 다른 모양으로 필 준비를 하며 봄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꽃망울이 피어나려 조금씩 열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조금씩 열려 간질간질 한 걸 보니, 맞는 것 같다. 거리에 피는 꽃들과는 다르게 흘러가 나에겐 언제 올지 모르는 봄이지만, 그래도 봄을 기다리는 건 역시나 설레는 일이다. 언젠간 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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