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파도를 만날거라고는, 떠나기 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하얀색 바다를 먼저 마주했다. 도망치듯 예매한 비행기 티켓을 꼭 쥐고, 스트레스로 꽉 찬 속을 부여잡고 올라탄 비행기 안에서였다.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을 보고 있는데, 제주도와 가까워 질 수록 흩어져있던 구름이 파도가 일렁이듯 뭉게뭉게 모여 바다를 만들었다. 멍하니 보고 있는데, 얼마 전 SNS에서 우연히 본 사진과 글귀가 떠올랐다. '바다는 하얀색이다'. 짧은 문장과 함께 올라온 사진이 꼭 그랬다. 커다랗게 밀려온 파도가 땅을 만나며 아름답게 퍼지는 물결이, 정말 하얀색이었다. 그렇게 바다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세히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묘해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던걸까. 제주도에서 보는 바다는 좀 다르려나.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비행기는 땅과 가까운 바다에 도착할 준비를 했다. 몸이 붕 뜨면서 조금 전 까지 가지고 왔던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버린 듯, 지끈지끈 했던 머리가 맑아지는 것처럼, 구름도 나를 지나쳐갔다. 아직 남아 있는 마음들이 하늘 위에 구름과 함께 떠있었지만, 확신이 섰다. 모든걸 뒤로한 채 즐겨볼 수 있겠다는, 하얀 바다를 꼭 담와야겠다는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