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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otte Feb 11. 2022

땔감

불구덩이에 스스로 나를 던지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타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땔감이 되어야 하는. 더 이상 타지 않기 위해 짠 물을 좀 적셔야 하는 날. 하필, 뜬 게 초승달이었다. 빈 마음을 꽉 채워줄 보름달이었음 했는데. 그래, 내가 이렇게 날카로운 달과 함께 태어났구나. 그래서 유독 시린 날이 많았던가- 싶었다. 추운 걸 미치도록 싫어하는 난데, 그날은 날카로운 바닷바람이 반가울 만큼 내 속은 뜨거웠고 마음은 얼어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과 바다 위에서 초승달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평소와는 다르게 아득하게 느껴져서 이질감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달까. 손은 얼어가는데도 정신은 차려지지 않아 온 몸으로 차가운 공기를 머금었다. 안주도 없이 마시는 맥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게 내 속을 달래줬고, 추울 법도 한데 오히려 개운해지는 것만 같았다.


 캔을  비울  즈음이었을까, 조금은 정신이 들었는지 정수리가 -하고 울렸다. 이제야 제대로  추위를 느낀 게다. , 사람 마음이 이래서 간사하다. , 마음의 안정을 위해 향초에 피우던 불이  마음을 태우기 시작했다. 깊숙이 얼어붙은 마음에 불이 일렁여 녹는가 싶더니, 금세 재가 되어 버렸다. 제대로 붙지 않았던 탓일까, 아픈 것에 약한  마음 탓일까.  이상 타들어가면  된다는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걸까. 이렇게 모든  견딜  없을 , 참는   이상 불가능한 ,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서나 보다. 어디론가 떠나서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곳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하니 모든   괜찮아지는  같았다.  


퉁퉁 부은 몸뚱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세포들의 외침들도, 얼어붙은 마음 때문에  곳을 잃은 근육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그래, 계획했던 이번 달의 목표와는 동떨어지지만, 내가 바라던  모습도 이건 아니었다.  계획대로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니까. 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뭔가 저지르면 행복해질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위해 보내야 한다는. 불구덩이 속에서 나는 건지고 봐야지. 평소에도 주말만 보고 버티는 나지만, 남은 하루는  간절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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