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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otte Jan 31. 2022

밑빠진 독에 술 붓기


내 감정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너무 무거워 마음에 담아두고 싶지 않을 땐, 이 짐부터 덜어내고 싶어 진다. 그래서 여행이 가고 싶어 지는 걸까.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빈 잔에 알콜을 채우기 시작한다. 빨리 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잠들고 싶은데, 속이 비어있는 만큼 술로 채워야 속없이 편하게 잘 수 있는데, 이놈의 생각들은 흘러넘치는 알콜에도 취하지 않고 그 위를 둥둥 떠다닌다.


지난 일주일은, 내 마음속에서 던져버리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좋은 일만 겪고 살겠냐만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놀랍게도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뻔한 말을 쓸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반복됐다. 분노와 원망이 뒤엉켜 아무것도 남지 않고 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술잔을 가득 채우는 것뿐이었다. 술김에 꺼진 불씨는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나를 태웠고, 또다시 찾아온 밤엔 술잔을 비우면서 마음이 채워지진 않을까- 기대를 해봤지만, 내가 술에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은 미움도 다 타버리고 술 마실 체력조차 모두 녹아 없어질 때쯤, 지쳐 쓰러진 내가 보였다.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평소에는 멀어서 엄두도 못 내던 강원도로 도망쳐버릴까, 숨어있던 즉흥 세포가 꿈틀거렸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한 살 더 먹으러 제 발로 찾아가야 하는 곳. 정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떠나려 했건만, 나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K-장녀였다. 지겹지만 몸에 배어버린 그놈의 타이틀, 어쩔 수 없다. 한 숨을 내쉬며 양손 가득 무겁게 내려갈 수밖에. 연차까지 붙여 길고 긴 명절 휴가를 보내고 올라오는 길엔 분명 몸까지 무거워져 있겠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져 있겠지. 돌아갈 곳이 있고, 다시 돌아 올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역시나 이번에도 힘이 약했던 즉흥 세포는 조금 더 좋은 타이밍을 기다려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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