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올 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흘러가는 감정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눈앞에 있는 내 마음을 손에 쥐고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게 물 웅덩이 앞에 앉아 가만히 나를 비춰보고 있으면, 내가 꿈꾸는 모습이 슬며시 자리하곤 한다. 따듯하면서도 여유롭고, 자유롭지만 나 하나는 책임질 수 있는, 특이한데 또 그 모습이 멋진, 그런 이상한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익숙함 속에서 찾게 되는 행복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찾아오는 것 같다. 평온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과는 확연히 다른. 그래, 불행하니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불행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내 모습처럼. 나는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살려 애쓰고, 경험하며 소망한다. 어떨 땐 눈물이 날 만큼 버겁지만, 또 어떨 땐 그 시간들을 잘 견뎌냈다는, 버텨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행히도 좋아지는 상황 때문인지, 행복해서 또 눈물이 난다. 힘들었던 시간이 없었으면 행복한 눈물도 흘릴 수 없었겠지.
감사하게도 요즘 그런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들을 발견해주고, 누구보다도 내 행복을 바라는 이들 곁에서 마음 놓고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쌓여가고 있다. 빛나는지도 모르고 지나친 지난날들을 아름답게 기억해주고, 상처 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며, 부족했던 진심을 더 큰 마음으로 안아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불행하지만, 행복하게. 텅 빈 길 위에 홀로 서 있지만, 따듯한 노을을 바라보며 행복해질 수 있는 오늘.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방안 가득 들어오는 햇살처럼 내 위로 스며드는 내일 아침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