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라 Oct 02. 2021

육아 뉴딜

우리에게도 빈 공간을 달라.


  문재현 마을공동체 연구소장님이 강의 중에 하신 말씀이 있었다. 지역마다 경로당이 있듯이 양육자들에게도 경로당 같은 빈 공간을 주면 아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도 남을 거라고. 마을 공동체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아이 돌봄이 일어날 것이며, 그러다 보면 방치된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역 문제에 대한 토의 및 개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거라고.


  우리 아파트 경로당 지하에는 ‘작은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들이 곳곳에 있었다. 아마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정책의 결과였나 보다. 유아 장난감도 대여가 가능하고 초등학생들의 프로그램 참여 및 돌봄도 가능했다. 나도 아이가 나중에 초등학생이 되면 이곳을 더 자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감사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몇 년 후 그곳은 폐쇄되었다. 사실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초창기에도 주민들과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었는데, 지하 공간을 평소에 얼마나 쓴다고 그것을 없애나 화가 났다. 폐쇄 전 현수막을 집에 내 걸고 폐쇄를 반대하는 분들도 몇 분 계셨었지만 결국은 문을 닫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주변에 양육하는 친구들을 보면 모두 공부를 잘했거나 손재주가 탁월한 친구들이 많다. 인문학 소양, 토론 기술, 부지런한 마음,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운동력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멋진 친구들이다.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우리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신나는 궁리를 하곤 했다. 아이 돌봄도 하고 공방을 만들어 수공예품도 만들고 독서 토론을 통해 우리와 이웃 양육자들도 함께 부모 교육을 하고. 작은 도서관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공통적으로 절감한다. 혼자서 육아를 하다 보면 너무나 힘든데 만나서 하나둘씩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다 보면 왜인지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시 육아를 해 나갈 힘이 생긴다. 공동육아를 해 보았기에 그 힘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외롭고 고립된 채 육아를 해 나가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양육자들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놀이터 등지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먹고사는 것이 바쁜 세상에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도 소수일 것이다.

  

  뉴스에서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부모로서 함께 고통을 느낀다. 문제를 파다 보면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토론이 되곤 한다. 우리의 답 중 하나는 따뜻한 공동체다. 방치된 아이들을 구하려면 고립된 어른들을 구해야 하고, 그 어른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소박하지만 따뜻한 음식, 말 한마디, 편안하게 들고 날 수 있는 공간, 방향을 잡아 줄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따뜻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따뜻한 공간은 필수다. 그래서 경로당과 같은 빈 공간을 지역마다 필수적으로 마련한다면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성미산 마을의 개똥이네 놀이터처럼 마을 공동체로 유명한 공간들에 견학가면서 우리 나름대로 꿈을 키워 보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설레고 신나는 마음으로 나누었던 고민들도 공간의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 앞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래서 폐쇄된 작은 도서관에 더욱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공간 속에 하하 호호 웃는 미래를 계속 꿈꾼다.



이전 06화 휴대폰 하면 안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