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미디어는 좋지 않다. 휴대폰과 텔레비전은 당연하고 녹음된 동화구연이나 동요 들려주기도 기계음을 통한 것이라 아이들에게는 모두 자극이라고 말한다. 이런 기준이 지금의 세상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대한 늦게 아이에게 폰을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우리 부부도 느슨해지고 아이 앞에서 계속 휴대폰을 만진다.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놀거나 아니면 같이 책이라도 봐야 할 시간에 중요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찾아봐야 한다는 핑계로 자꾸 아이 앞에서 카톡을 하거나 검색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아이는 휴대폰을 찾고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민망할 때가 많다. 아이와 같이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놀이터나 학교 앞에서, 식당에서,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인 집에서조차 등 거의 모든 공간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나부터도 얼마나 모양이 빠지는지.
중학교 이후에 아이에게 휴대폰을 사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다, 그전에 아이 교육을 위해 누군가처럼 내 폰을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항상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는 김훈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돌고 집에 온 이후에 원하는 것은 휴대폰 속 화면이 아닐 거라는 그의 말. 아이가 원하는 건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원할 거라는 것. 아, 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