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라 Oct 24. 2021

안녕 부동산

안녕들 하십니까.

  부동산 어플에 관심 지역을 알림 설정 해 두었다. 시도 때도 없이 '신규 매물이 등록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울린다. 알림 설정을 해 둔 건 난데 매물 가격이 너무 높아 확인하기가 싫다. 요새 시장은 돈이 넘쳐나는 유동성 장이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주식, 청약, 부동산 공부를 고3 때처럼 해야 한단다. 가족과 보낼 시간을 쪼개 부동산 임장을 다녀야 한다고. 주변에도 주식하는 사람, 코인하는 사람, 부동산 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매도, 매수라는 단어의 뜻도 잘 몰랐던 나도 조금씩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울 아파트 집값을 보며 멍해졌기 때문이다. 이십 대를 같이 보냈던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출발점이 비슷했다고 느꼈는데 작은 선택의 차이로 부의 갭이 말도 안 되게 커졌다. 아, 이것은 생존이었던 건가.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배를 타진 못했어도 어디 끄나풀이라도 잡고 있었어야 했던 건가. 친구들은 파도를 타고 이미 저 멀리 육지에 도착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파도 속에서 어푸어푸 숨을 참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직업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이 정도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변두리에서 지하철 역은 멀지만 집을 마련하고 새소리를 들으며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지하철 역이 먼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버스 타고 역에 가면 되고 불편한 건 좀 참으면 되지. 역 근처는 복잡하고 시끄럽기만 한 걸. 친구들이 몇 년 전부터 하루라도 빨리 그 동네에서 나와서 다른 입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여러 번 말할 때도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아예 없었다기보다는 내가 가진 돈으로는 어차피 이동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레버리지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한 경제공부를 추천하곤 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더. 그렇지만 그들도 예전의 나처럼 전혀 관심도 이해도 없는 눈치다.


  생각해보면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은 아닌데.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설득하나. 농사를 짓고 살든 좋아하지만 돈이 벌리지 않는 일을 하며 살든 그것 모두 그들의 선택이고 자유인 것을. 그러다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당장 지금 무슨 행동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매번 부동산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뉴스, 십억 정도는 평균이 되어버린 것 같은 서울 아파트 집값. 몇십억이 넘는 강남의 아파트 가격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안녕할까. 오백만 원, 천만 원도 아주 큰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억억 소리 나는 부동산 가격들을 보다 보면 천만 원이 참 우스워진다. 이건 뭐 부러운 수준이 아니라 아주 좌절스러운 수준이다.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게 되어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멘탈을 부여잡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라도 빨리 이 유동성 장에 뛰어들어 넘실대는 파도 속에 몸을 담그고 이름 모를 풀이라도 얼른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아니야, 조급한 마음에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빠져 죽는 것은 아닐까. 공부를 해야 준비가 될 텐데 사는 게 바쁜데 도대체 언제 공부를 하라는 건지. 공포와 좌절 속 너무나 커져 버린 갭 사이에서 헛웃음만 나오는 시대에 다들, 안녕하신가 궁금하다.













  





  

이전 07화 육아 뉴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