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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 전에 기쁨 일기를 쓰자

새해 일출을 보며 느껴진 감정의 흐름

올해 1월 1일 일출을 보았다. 나는 종종 일출을 목격한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 여행지에서 혼자 일어나서 보기도 하고 아파트 맨 위층에 살다 보니 베란다 창 너머로 치악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 지인들이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할 때 난 좀 시큰둥했다. “매일 뜨는 해를 뭣 하러 보러 가 코시국에 티브이에서 보여준다고 집에 있으라는데.” 그래도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새해라 그런지 막상 일출을 보니 감회가 달랐다.           


2022년 한계령에서 바라본 일출


1년 전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많이 힘들었다. 회사를 다니기도 싫고 그만두자니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 한참 고민이 절정에 달 할 때였다. 나이 마흔 중반에 평생 안 해본 진로 고민으로 우울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그 시기와 오늘의 내가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참 행복하다. 왕복 3시간의 거리지만 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꽃도 배우고, 글쓰기와 퍼스널 브랜딩 공부도 했다. 열심히 한 덕에 화훼장식 산업기사는 재시험을 봐야 해 아쉽지만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브런치 작가도 됐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걸 다 해 낼 수 있는 체력이 있음을 감사했다. 바쁜 엄마를 둔 아이들도 투정 부리지 않고 큰탈 없이 잘 지내준 것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감사함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2022년 새해 첫날 바라본 바다 


“더 해빙“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와 행운을 만나는 법에 대한 책인데 읽고 보니 긍정의 힘, 감사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이라 정서가 맞아서 인지 다른 책 보다 잘 읽혔다. 그 책의 후속 책으로 감사일기를 쓰는 해빙 노트가 있다. 해빙 노트를 사서 감사일기를 써보려는데 쉽지 않았다. 일상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어제 감사했던 일도 며칠이 지나면 감사했던 일이 맞는지 흐려졌다. 며칠 쓰다 흐지부지 되었다. 

          

일출을 보면서 감사일기를 다시 써보려 맘먹었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감사함을 느끼지도 않았으면서 감사하다 적고 뭘 써야 하나 고민하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인터넷을 뒤졌다. 다른 사람들이 써 놓은 것도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였다. 그러다 한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 감사일기를 쓰겠다고 쥐어짜서 억지로 쓸 것이 아니라 그전에 기쁨 일기를 먼저 써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무릎을 탁 쳤다. 이래서 내가 감사일기를 쓸 수 없었구나. 생각해보니 기쁨을 느낄 때 감사함이 같이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작게는 쾌변을 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좀 욕심을 내자면 아이들이 성적이 잘 나올 때 난 기쁨을 느낀다. 더 깊게 생각해보니 크게 좋을 때는 고민이나 갈등이 해소된 후와 희망이 보일 때, 성취감을 느꼈을 때, 키우는 화분에 꽃이 필 대, 넘치도록 많았다. 이런 순간을 그냥 스쳐 보냈구나 안타까웠다. 이런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볼 수 있었더라면 내 삶이 더 기쁨으로 충만했겠다 싶다.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기쁨 일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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