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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을 찾는 사랑꾼들

꽃집 에피소드 꽃으로 마음을 전하세요 

 아! 그 사람 군인 인가 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든 생각이 그거라니. 좀 웃긴다. 


 "어제 점심 무렵이었다. 꽃집 핸드폰으로 한통의 문자가 왔다. 꽃을 사고 싶은데 일하는 중이라 전화통화가 어렵다고 문자로 주문이 가능하냐는 문자였다."  "주문서를 보낼 테니 작성을 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 "


꽃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단순하게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어 판매 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판매 한다.  가격대와 상품을 설명하고, 색상은 어떤 게 좋은지  묻는다.   여자 손님은 꼭 짚어서 잘 고르는 반면 남자 손님들은 선택을 못하고 고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분께 선물하는지  나이대와 성별 관계 등등 을 묻게 된다. 여는 손님들께 하듯이  문자를 주고받으며  상품을 고르고 주문서를 받았는데 받는 분의 전화번호가 없었다. 최근 번호를 바꿨다는데 아직 못 들어서 그런다고 했다. 


뭐지? 혹시 스토커? 무슨 관계이길래 꽃 선물을 하는데 전화번호를 몰라. 배달을 하러 갔는데 사람이 없으면 곤란해서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는 필수 기재 사항이다.  친분이 있지 않은 사람인데 선물하나?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사람인가? 하는 온갖 추측이 들었다. 통화가 된다면 조심스레 물어보기라도 하는데 문자로만 하려니 좀 답답했다.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주문이 들어왔고 입금도 되었으니 배달을 하려다 보니 전달하는 메시지가 없었다. 

요즘은 배달을 하면서 꽃과 함께 축하나 격려의 메시지도 전달을 하는데 주문서에 메시지가 없었다. 문자를 보냈다. "혹시 전달하실 메시지는 없으신가요? " "그런 것도 해주냐고 너무 감사하다고 회신이 왔다."

긴 문장이었다. 내용은 "그동안 고마웠고 많이 힘들겠지만 힘내라고 하는 위로와 사랑한다는 고백이었다. "


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어진 연인이 남자가 여자에게 미련이 남아서 꽃을 보내는 건가? 그런 의문과 함께 메시지를 작성해서 배달을 갔다.  대학생의 자취 원룸이었는데 벨을 누르니 여자가 나왔다. " 000 씨 되시나요? 꽃배달입니다. 000 씨가 보냈습니다." 했더니 받는 여학생이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닌가. 잉? 헤어진 남자 친구 아니었어? 뭐지? 하며 의문과 함께 돌아 나왔다.  (무슨사이냐고 대놓고 묻고 싶은걸 꾹 참았다)


그런 일이 있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이 아항! 군바리가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 거구나 생각이 든 것이다.   군대가기전 헤어지고 간것인지  헤어져 있는 시간을 슬퍼하지 말고 이겨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꽃선물이었다. 






꽃집의 손님들은 대부분 남자다. 사귀는 여자 친구에게, 사랑하는 부인에게,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에게 주로 선믈을한다. 꽃 선물은 크게 취향을 고민하고 실용 여부를 따지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물론 각자 좋하하는 꽃과 색상에 따라서 선물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꽃은 다 이쁘기 때문에 다른 물질적인 선물보다 부담이 적다. 


까다로운 손님도 있지만 "대체로 꽃다발 하나 해주세요" "색상은요? 그냥 예쁘게 해 주세요" 하는 손님들이 많다. 한 남자손님은 가져가면서 쑥스러운 듯 말한다. "아내가 삐졌는데 도대체 왜 삐졌는지 모르겠다며, 꽃다발로 마음을 풀어보려 한다고. "  꽃집에는 많은 사랑꾼들이 온다. 50주년 결혼기념일이라 난생처음 꽃을 선물한다며 수줍게 꽃집을 들어오는 노 신사분들을 보면 너무 멋있다.  이런 사랑꾼들이 많으면 우리나라 이혼율이 좀 줄어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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