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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ug 09. 2022

브랜드 네이밍의 기본 원칙

(나는 이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브랜드 네이밍의 기본 원칙>


최근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동동일', '동동이', '동동삼' 형제가 등장한다. '동동삼'은 우영우의 절친인 '동그라미'의 아버지이고, '동동일', '동동이'는 '동동삼'의 형들이다. 동씨 집안의 첫째라는 의미로 '동일'이라고 이름 지은 것 같고 둘째와 셋째의 이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동이'와 '동삼'이 된 것 같다. 얼핏 보면 대충 지은 이름인 것 같은데 동씨 집안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짐과 동시에 '동동'의 청감이 재미있고 정겹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할아버지의 이름이 '동원빈'이라는 점에서 빵~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동원빈' 할아버지는 별다른 의미와 재미를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의 이름에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


살아오면서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한 일은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태중에 있을 때부터 출생신고를 하는 그날까지 수없이 많은 이름 리스트를 가지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첫 아이의 이름을 '은성'이라고 이름 짓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아버지는 장손인 큰 아이의 이름을 문중의 항렬에 따라 '경포'라고 이름 짓길 원하셨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큰 아이가 성경에서의 '다니엘'과 같은 인물이 될 것을 소망하면서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시아버지는 영어 이름은 안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남편은 '경포'를 거꾸로 하면 '포경'이 되어 아이가 놀림받는다는 것을 이유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출생신고 기간이 다가와 과태료가 부과될 위기에 처하자 한글은 우리 부부가, 한자는 시아버지가 붙이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그 결과 지금의 '은성(垠盛)'이라고 이름 짓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이름을 창작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듯 제품의 이름을 짓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든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브랜드 창작자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나 또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때가 있었다. 대한변리사회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특허와상표'에 특허와 관련된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면서 칼럼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장수특허'라고 이름 짓기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시름했던 기억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브랜드들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염두에 둔다면 브랜드를 만드는 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1. 브랜드에 가치와 철학을 심어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면 브랜드에 가치와 철학을 심어야 한다. 브랜드에 가치와 철학이 없다면 정처 없이 떠도는 배와 같이 풍랑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갈 뿐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특정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순간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분명해진다. 


브랜드는 창작자의 이름일 수 있고, 조어일 수 있고, 사전에 등재된 단어일 수 있다. 브랜드에 가치와 철학을 심는다는 것은 브랜드 이름이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은 '정(情)'이 가지고 있는 의미대로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브랜드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자체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더라도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축적된 이미지가 그 브랜드의 가치로 표현되기도 한다. '에르메스'는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브랜드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숙련된 장인이 최상품의 가죽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고품격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장인정신과 고품격이 바로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인 것이다.


[출처: 오리온 및 에르메스 인터넷 홈페이지]


특허와상표에 연재될 칼럼 이름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고 싶었다. 좋은 특허 기술임에도 등록 무효가 되어 존속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단명하는 특허를 보면서 안타까웠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특허 기술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함께 근무하는 여러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다이 하드(DIE HARD) 특허', '네버 다이(NEVER DIE) 특허', '장수특허' 등의 여러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이 바로 '장수특허'였다. '장수'는 사전적 의미로 '오래도록 삶(長壽)', '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將帥)', '잘 간직하여 지킴(藏守)'이라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이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인 '오랫동안 튼튼하게 살아남는 특허'라는 의미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었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이름이지만 '장수특허'라는 이름 덕분인지 오랫동안 튼튼하게 살아남는 특허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 브랜드는 부르기 쉽고 단순해야 한다.


브랜드 네이밍에 있어서 기본원칙은 'KISS(Keep It Simple and Short: 간결하고 짧은 표현)'이다.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여러 디자인과 단어를 추가한다면 소비자들이 기억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발표한 2022년 Top 10 브랜드로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엠에스)', '월마트', '삼성', '페이스북' 등이 선정되었다. 이들 브랜드는 보통 2 내지 4음절로 되어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부르기도 쉽다.

 

[출처: Brand Finance]


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수많은 거래처나 손님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다. 내게 있어서도 가장 힘든 일이 매년 인사이동 시기마다 직장 동료의 이름을 외우는 일이다. 이름과 얼굴, 직책을 연결하여 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품의 이름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품의 이름은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않은 사이에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지 동료의 이름처럼 암기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 네이밍에 있어서 'KISS'는 기본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브랜드가 부정적 의미를 갖지 않아야 한다.


브랜드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 부정적인 의미는 제품 이미지에 영향을 주어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를 꺼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대표 브랜드 ‘쏘나타’의 본래 이름은 ‘소나타’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 ‘개나 소나 다 타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쏘나타'로 상표 등록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이마트는 '노브랜드(No Brand)'와 같은 맥락으로 '노파머시(No Pharmacy)'라는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이에 약사들은 약국이나 약을 반대하는 의미로 '노파머시'가 인식될 수 있다면서 거세게 항의하였고, 결국 이마트는 '노파머시' 상표 출원을 철회하였다.


부정적 의미의 또 다른 사례로는 '마약' 상표가 있다. '마약'은 강한 습관성과 중독성을 갖고 개인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너무 좋아서 마약에 중독된 듯이 계속 이용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고, '마약 베개', '마약 의자',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등의 상표가 다수 출원되었다. 이 중 '마약 베개'나 '마약 의자'는 상표 등록이 되었으나, 식품 관련된 상표의 경우 그 등록이 거절되고 있다.


'마약'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가 공존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 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마약'의 부정적 의미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언론에 마약 범죄 사건이 보도되면 '마약'의 부정적 의미는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강하게 인식될 것이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어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4. 브랜드는 재미있거나 강렬하면 더 좋다.


브랜드가 재미있거나 강렬하면 소비자들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되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 광고비를 절약하는 데 가장 유용할 수단일 것이다.


재미있는 브랜드의 예로는 면요리점에 '주도면밀', 전골 음식점에 ‘기승전골’, 주점업에 ‘잔비어스', 족발집에 ‘족황상제’ 등이 있다.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는 언어를 재미있게 변형한 것으로 부르기도 쉽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동동일', '동동이', '동동삼'이라는 이름은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부르기도 쉽고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강렬한 브랜드의 예로는 몬스터 에너지의 '괴물 발톱' 자국과 나이키의 '스우시'의 로고를 들 수 있다. 몬스터 에너지는 위에서 아래로 패인 괴물발톱 자국으로 유명하다. 한 번만 봐도 그 끔찍한 상황이 한 편의 영화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본뜬 모양이다. 나이키 신발을 신으면 마치 니케처럼 날아오를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방법을 요약하면 브랜드에 가치와 철학이 있고, 부르기 쉽고 단순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 않고, 여기에 재미있거나 강렬함까지 더해지면 좋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현실이 슬픈 이유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와 철학도 견고하지 않다. 뺏던 살들이 다시 달라붙는 것처럼 삶의 군더더기는 부지불식 중에 불쑥 나타난다. 더욱이 일어날 가능성이 0.01%에 불과한 일에도 쓸데없이 걱정을 하고, 사람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유머 또한 없다.


이런 나이기에 때문일까?


스스로의 가치와 철학이 있고, 삶이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항상 긍정적이고, 때로는 재미있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런 사람이 내겐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나는...이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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