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vs. 다사소)
수납함, 헤어롤, 케이블 홀더, 꼭꼬핀, 방충망, 돌돌이, 뽁뽁이... 이들 제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다이소'이다. '필요한 건 다 있소, 원하는 가격에 다 있소, 어디든지 다 있소'라는 슬로건처럼 다이소에는 다 있다. 무엇보다 다이소에서 많은 물품을 바구니에 담아도 계산대 앞에서 절대 기죽거나 작아지지 않는다. 500원에서 5000원 사이에서 형성된 가격은 내 지갑의 무게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아성다이소는 2001년경부터 ‘다이소’라는 상호로 생활용품, 생활잡화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였다. 다이소가 설립될 당시 천냥하우스, 천냥백화점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많았지만 다이소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 '다이소'는 현재 점포 수만 1330여 개에 이르고 2021년 매출이 2조 421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는 우리나라 말인 '다 있소'에서 유래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이소는 일본어 ‘大創'(대창)의 일본식 발음인 '다이소'에서 유래한 것이다.
'다이소'가 '다 있소'의 의미로 알려졌기 때문일까. 누군가는 '다이소'와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A는 생활용품과 생활잡화를 판매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2. 경 '다 사세요'라는 의미의 '다사소'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판매하였다.
다이소는 A가 '다사소'를 사용하여 영업하는 것은 자신의 상표권인 '다이소'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상표사용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1심 법원에서는 다이소가 패배하였다. 그 이유는 '다이소'와 '다사소'는 가운데 음절이 '이'와 '사'로 호칭에 차이가 있고, '다이소'는 우리말의 ‘다 있소’를 연상시키는 반면, '다사소'는 ‘다 사세요’라는 경상도 방언인 ‘다 사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관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이소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그런데 2심 법원에서는 1심 법원과 달리 다이소가 승소하였다. 그 이유는 '다이소'와 '다사소'는 첫음절과 끝음절의 호칭이 완전히 같아 전체적으로 호칭이 유사하고, '다이소'는 일본어 ‘大創’(대창)에서 유래한 단어로 관념을 서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에서는 다이소가 최종적으로 승소하였다. 그 이유는 '다이소'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유명 브래드이므로 소비자들은 '다사소'의 첫째 음절과 셋째 음절만으로도 '다이소'를 연상시킬 수 있고, 또한 취급하는 상품과 그 전시 및 판매 방식까지 흡사하므로 양 브랜드의 혼동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A가 '다사소'를 사용한 것은 '다이소'의 상표권 침해라는 것이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16522 판결).
1심 법원이 2심 법원과 대법원의 판단과 달랐던 결정적인 이유는, '다이소'는 '다 있소'를 연상시키고 '다사소'는 '다 사세요'를 연상시키므로 양 브랜드의 관념의 차이가 커서 서로 다르다고 본 것이다.
'다이소'는 일본어 ‘大創’(대창)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우리나라 말의 '다 있소'와 비슷해서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소'와 '다사소'가 관념이 차이가 크다면 서로 다른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다이소'로서도 자칫 잘못하다가 패배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다이소는 어떻게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결정적인 이유는...
'다이소'가 유명했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소송 당시인 2013년경 이미 국내에서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였다. 이러한 저명성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은 '다사소'의 첫째 음절과 셋째 음절만으로도 '다이소'를 쉽게 연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판매 상품과 그 전시 및 판매 방식 등까지 흡사하므로 소비자들이 '다이소'와 '다사소'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소비자들은 비슷한 단어를 보면 쉽게 유명 브랜드를 연상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다이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사소'를 보면 '다 사세요'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다이소'를 연상하여 서로 유사하다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분쟁]
A는 '다 있소'라는 의미의 '다이소'와 '다 사세요'라는 의미의 '다사소'가 서로 다르다고 확신했던 것일까.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그 결론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A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다사소’를 사용하여 생활용품 및 생활잡화 등을 판매하였고, 결국은 형사 기소되어 벌금형도 선고받았다. 비록 소송에서 패배하였지만 A는 민사 사건의 1심, 2심, 대법원을 거쳐 형사 사건까지 힘들고 어려운 싸움을 계속 이어나간 것이다.
[다이소. 다사소. 다졌소...]
A가 이처럼 지치지 않는 싸움을 계속했던 것은 '다사소'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A는 2012.경 '다사소'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한 상태였고, 다이소의 이의신청에 의하여 결정이 보류된 상태였다.
이러한 A의 지치지 않는 싸움이 번거롭게 느껴졌는지 다이소도 '다사소'를 자신의 상표로 출원하였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선고된 직후 A의 '다사소' 상표는 거절되었고, 다이소의 '다사소' 상표가 최종적으로 등록되었다. 결국 다이소가 '다사소' 상표까지 등록받은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후발주자는 선두주자의 브랜드를 주의해야...]
후발주자는 선두주자와 유사한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친숙한 명칭을 선호하고 선두주자의 명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있다. 선두주자와 유사한 브랜드를 만들 경우 상표분쟁에 휘말려 결국에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소 사건에서 A는 민사상 손해배상과 함께 형사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후발주자는 선두주자의 브랜드를 주의해야 한다. 선두주자의 브랜드를 참조하다 보면 자칫 선두주자와 유사한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A가 '다사소' 브랜드를 만들 당시 '다이소'와 차별성이 있는 좋은 브랜드이고, 서로 관념이 다르기에 상표를 등록받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A가 '다이소'를 참조하지 않았다면 '다사소'라는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는가?
결국 다이소는 이겼소. 다사소는 다졌소. '소'들의 싸움은 끝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