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vs. 불스원)
둘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 처음으로 새 차를 구매했다. 처음으로 갖게 된 새 차는 태어난 둘째 아이와 함께 새로운 가족이 되었고 신생아를 보살피듯 시간만 나면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살피곤 했다. 그 시절 내 차에게 사랑의 표현으로 넣어주던 제품이 불스원샷이었다. 엔진 때를 제거해 준다는 이 제품에는 날아오르는 듯한 근육질의 '붉은 소' 로고가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차도 이렇게 힘 있게 날아오를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차의 연식과 애정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지 불스원샷을 넣는 횟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현격히 줄어들었다. 둘째 아이가 열 살이 되던 해 동갑인 내 차도 생일을 맞이하였다. 10년 동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발이 되어준 내 차를 위해 다시금 불스원샷을 구매하였다.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불스원의 '붉은 소' 로고가 사라진 것이다. 불스원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어 167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드링크 제품이다. 레드불의 대표적인 로고는 싸울듯한 기세로 날아오르는 근육질의 '붉은 소'이다. 이러한 '붉은 소' 로고는 에너지 음료뿐만 아니라 레드불 자동차 레이싱팀 의상과 차량, 그리고 후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의 의상과 장비에 표기되어 왔다.
그런데 불스원은 레드불과 동일 유사한 '붉은 소' 로고를 상표 등록하고 이를 자동차 용품에 부착하여 판매하였다. 이에 레드불은 불스원을 상대로 불스원의 상표는 유명한 레드불의 '붉은 소'를 모방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표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레드불과 불스원의 소송은 붉은 소들의 싸움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허법원은 두 회사의 '붉은 소' 브랜드는 상당히 유사하지만 레드불의 '붉은 소'는 자동차 관련 영업에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없기에 불스원이 자신의 불스원샷 제품에 이러한 '붉은 소'를 부착하여 사용하더라도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레드불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특허법원 2017. 2. 17. 선고 2016허5651 판결). 이에 레드불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레드불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레드불의 '붉은 소' 상표는 자동차 레이싱 등과 관련하여 외국에서 유명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후752 판결).
결국, 불스원의 상표는 레드불의 유명한 상표를 모방한 것으로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었고, 붉은 소들의 전쟁에서 레드불이 승리하였다.
<이해의 길잡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는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로서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의 유명한 상표가 국내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을 기회삼아 이를 모방하여 상표 등록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모방 상표는 마치 해외의 유명한 상표와 관련 있는 것처럼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주거나, 원 권리자에게 상표 이전의 대가로 상당한 금원을 요구하는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위 법률 규정이 도입되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결정적이 이유는, 특허법원은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제품에서만 유명할 뿐 불스원의 업종인 '자동차 관련 영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레드불은 자동차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스포츠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기에 '자동차 관련 영업'과 관련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레드불이 에너지 드링크 제품에서만 유명했다면 승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레드불은 자동차 관련 영업에도 유명하였던 것이다. 에너지 드링크 판매 회사인 레드불은 어떻게 '자동차 관련 영업'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 것일까?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 제품의 광고 시리즈에는 '슈퍼맨', '요술램프', 'Siri', '산타', '줄인형' 등이 있다. 이러한 광고에는 언제나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광고 문구가 등장한다. 이러한 광고 문구의 주문처럼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제품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자동차 레이싱, 익스트림 스포츠 등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분야로 영업을 넓히고 있다.
레드불의 마케팅 전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실제 두 개의 자동차 레이스팀을 보유하고 있고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포뮬러 원(Formula One, F1)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5차례 우승하는 등 자동차 경주 팀으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라는 영상을 기억하는가? 오스트리아 모험가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2012. 10. 14. 지상에서 39km 떨어진 우주에서 레드불이 표기된 우주복을 입은 채로 지구로 뛰어내렸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최고 시속 약 1100km로 떨어지는 초음속 낙하였다. 그가 레드불 낙하산을 펼치고 무사히 착륙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짜릿한 전율과 함께 레드불이라는 상표가 각인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레드불의 상표는 에너지 음료뿐만 아니라 레드불 자동차 레이싱팀 의상과 차량, 그리고 후원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의 의상과 장비에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부착되어 있다.
레드불의 강력한 주문이 통했던 것일까. 레드불은 주문처럼 날개를 펼치고 자동차 레이싱팀 운영과 스포츠 이벤트 제공업에까지 그 영업을 확장하였고, 확장한 범위만큼 브래드도 넓은 권리를 갖게 되었다.
[불스원에 붉은 소가 사라졌다. 그러나...]
레드불의 강력한 주문은 불스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스원의 '붉은 소'는 날개를 펼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불스원은 사라진 '붉은 소' 대신에 민트색의 매력적인 '불키'라는 마스코트를 새로이 선보였다. 자동차 엔진의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던 '붉은 소'와는 달리 '불키'는 민트색의 소 모양으로 친환경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붉은 소'와는 너무나 다른 '불키'에겐 레드불의 주문이 통할 것 같지 않다. 앞으로의 변화될 자동차 시장에서 '불키'의 새로운 활약이 기대된다.
[레드불의 놀라운 마케팅 전략]
레드불이 승소한 이유는 '에너지 드링크 제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에너지'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 영업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레드불은 자동차 관련 영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관련 영업에까지 그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고, 확장한 범위만큼 브랜드도 넓은 권리를 갖게 되었다.
이를 위해 레드불은 자동차 레이싱팀과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 이상 레드불을 에너지 드링크 판매 회사로 제한할 수 없게 되었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라는 주문처럼 레드불은 날개를 펼치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레드불의 주문이 나에게도 통하기를 바라면서 외쳐본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