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부자 나라

-(으)ㄴ가요? / -나요?

by 온새미 결


한국은 부자 나라다.

사계절이 있어 갖가지 종류의 옷과 신과 액세서리를 만들고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처리하는 신속함과

젓가락으로 쌀알을 집어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함이 있고

예술적 감각 또한 뛰어나며

공동체의식과 정서적 깊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나는 어떤가?!

우선 '부자'란 무엇인가부터 생각한다.

옷이나 신발이 하나 생기면 10년, 20년 입고 신는다.

결정하고 처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젓가락으로 쌀알을 옮길 수는 있지만 예술적 감각은 보통인 것 같고

공동체 의식과 정서적 깊이는 좀 있다고 본다.



삶은 매 순간이 고민이었다. 그리고 처음 걷는 길은 언제나 도전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나는 선뜻 답하지 못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도 나는 쉽게 답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돈을 많이 버는 쪽보다는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해 왔다.

게다가 돈이 안 되는 일도 꽤 해왔다. 글 쓰는 일도 그중 하나다.

마음이 깨끗했을 때는 시를 썼던 것 같고, 괴로울 때는 소설을 썼던 것 같다.

이제 시를 쓰기는 어렵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중국에서 온 그녀 둘은 아이가 없었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지만 여러 국적의 그녀들을 만나다 보면 국가별로 약간의 특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중국에서 온 그녀들은 친절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고, 좋게 표현하면 자신감 또는 대범함 같은 크기가 있다.


A는 투자를 전업적으로 하고 있었고, B는 화장품 장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그녀들이 한국에 와서 임신을 하고 한국어 습득에 전념하는 것과는 방향이 좀 달랐다.


2017년에 만난 A는 코인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전자화폐나 가상화폐, 블록체인과 코인 등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고 뜬 구름 잡는 것 같이 뿌연 느낌일 때였다.


그녀는 한국어 학습에는 그리 열정이 없었다. 중국에 계속 왔다 갔다 했다. 아파트도 차도 코인에 투자해서 산 거라고 했다. 중국에 있는 자산을 하나씩 정리해서 코인에 넣고 있다고 했다. 가격이 올라가도 팔고 떨어져도 팔았다.

그녀의 남편은 직장을 그만뒀고, 매일 골프를 치러 다녔다. 무직인데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지금 싸니까 사요."


내 기억에 그때 비트코인이 200만 원 정도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던 그녀가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아파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문자가 반복되더니 결국 그녀는 문자로 수업을 중단했다. 코인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코인에 올인하고 있던 그녀는 결국 '부자'가 되었을까?



B는 한국 화장품을 조금씩 중국에 팔고 있었다. 그녀도 중국에 계속 왔다 갔다 했다. 그녀는 내가 본 중 최고의 미모를 갖고 있었다. 화장품은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품목이었다. 거침없이 명품 가방을 사들이고, 수시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그녀와 같이 중국을 왔다 갔다 했다. 본격적으로 그녀의 사업에 합류하겠다고 했다.


그녀 역시 한국어 학습에 열정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갔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을 드러낼 수도 없고, 중국에 갈 수도 없고, SNS 사진은 급속히 감소했다. 그녀도 한국어 학습을 중단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팬데믹은 힘든 시간들이었다. 처음 발발했을 때 우리는 한 달 동안 전격적으로 수업을 쉬었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만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마스크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녀들은 다른 의미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A는 돈을 벌었지만 남편과 다툼이 잦아졌고, B는 돈도 벌지 못하고 남편과 다툼이 잦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에 A는 남편과 헤어졌다. B는 코로나가 지나가고 중국 어느 지역의 총판 점장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과는 헤어졌다.



A가 그때 샀던 비트코인을 모두 팔지 않았다면, 중국 사람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호감을 볼 때, 그녀 둘은 지금쯤 아마도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녀들이 한국말은 잘 못하고, 남편과 헤어졌지만 '부자'로 살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은 내가 나를 인식한 후 지속되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자'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 중 가장 먼저 퇴색된 것이 '마음만은 부자'가 아닐까 싶다.




-(으)ㄴ가요? / -나요? : 동사나 형용사에 붙어 다른 사람에게 격식 없이 질문할 때


-(으)ㄴ 가요? : 형용사와 함께 받침의 유무에 따라

-나요? : 동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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