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잘못 탔어

-(으)ㄴ지 / -는지

by 온새미 결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대학에 입학했을 때, 우리 학교 앞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정류장이 따로 있었다. 당연히 빨간색 정류장엔 빨간색 버스가, 파란색 정류장에는 파란색 버스가 섰다.

그러나 난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 며칠이 필요했다.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서울 사람은 다 아니까- 하루에 알아차리기에는 버스가 너무 많았다.


어느 날은 신호등에 걸려 서있는 버스에 다가가 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손만 들면 아무 데서나 버스가 섰고 문을 열어 주었다.

서울 버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탔던 날은 바로 내리지도 못했다. 내가 잘못 탄 것을 사람들이 다 알아채고 비웃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버스와 친해지지 못했던 어느 날은 잘못 탄 버스에 앉아 그냥 종점까지 가버렸다. 군부대가 있고 논밭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 버스가 돌아서 다시 가주기를 바랐지만 기사는 그냥 내려버렸다.


그래도 난 같은 버스에만 타지는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서울 사람이 되어갔다.



처음 센터를 방문할 때 그녀들은 남편들과 같이 온다. 그러나 매번 그녀의 수업에 남편이 동행할 수는 없다.


그녀들은 버스 타기에 도전해야 한다. 현금 쓰는 일은 거의 없으니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자상한 남편들은 카드를 준비해 주고 방법도 잘 알려준다.

그러나 막상 혼자 버스에 올라타면 카드를 어디에 대야 하는지 한눈에 딱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땐 앞사람을 잘 살펴야 한다. 승차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도 당황하고, 사람이 많으면 더 당황하게 된다.


'노약자석' 이런 건 설명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앉자마자 내릴 준비를 한다. '하차 벨'은 언제쯤 눌러야 하는 것인지, 언제 일어서야 하는 것인지, 내리기 전에 문이 닫히거나, 내릴 곳에 내리지 못하면 어쩌나 진땀이 다 난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곧 어떤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난 그녀들의 결혼 방식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에게 상당한 반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니라 결혼중개업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더구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점차 늦은 결혼을 한다. 비혼이라는 여자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들이 사는 나라들은 아직도 20대 초반에 결혼을 한다. 30이 넘은 그녀들은 초혼에 실패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40이 넘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비행기를 타고, 그녀들은 '최상의 난이도에 도전하기'에 나서는 것이다.

물론 남자들이 대체적으로 나이 어린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혼으로 그들과 그녀들은 다른 인생을 꿈꾼다.


그래서 잘못 탔다는 것을 깨달아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베트남의 그녀와 결혼한 그 남자는 그녀가 빨리 한국어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녀는 수업을 거부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수업시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장에 가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첫 시간, 그녀와 나는 이유를 알아볼 만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녀는 돈을 벌고 싶다고 했고, 나는 한국어를 잘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일주일 후 그녀는 가출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당황했다.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섰다. 2주 후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사이 머리카락을 레몬색으로 염색했고,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맞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수업은 지속할 수 없었다. 그녀는 또 가출을 했다.


공장에는 베트남에서 온 그녀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가출신고를 하고, 이혼을 하거나 혼인무효 소송을 하면 그녀는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와 주길 바랐다.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출과 귀가가 반복되었다.


그녀는 남편을 이용하고 있었다.



버스를 잘못 탔으면 빨리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면 된다. 그러나 잘못 탄 버스와 종점까지 간 다른 버스는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잘못타지 않았다면 나는 그곳을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풍경은 불안과 함께 신선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불안함이 있더라도 계속 다른 버스에 올라 볼 것인지는 결정을 해야 한다.


얼른 갈아타실래요? 아님 끝까지 한 번 가보실래요?




-(으)ㄴ지 / -는지 : (동사, 형용사에 붙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말할 때


-(으)ㄴ지 : 형용사에 붙어 어간의 받침 유무에 따라

-는지 : 동사에 붙어 어간의 받침과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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