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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 on Oct 30. 2022

부모의 이혼이 가져오는 불편과 불행의 차이

지극히 평범한 이혼가정, 여덟 번째 이야기

엄마와 아빠는 함께 있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어졌다.




주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와 지냈다. 주말이 되면 엄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중에도 엄마는 나를 살뜰히 챙겨줬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가면 10시까지 수업을 했는데, 저녁식사가 항상 문제였다. 주로 용돈으로 밖에서 사 먹었지만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도 많았다. 엄마는 도시락을 싸서 빠르게 전해주고 가거나, 시간이 촉박해서 안 맞을 땐 우리 집 1층 우편함에 넣어놓고 가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미트볼을 자주 해줬다. 나는 지금도 미트볼을 볼 때면 은박지 도시락에 미트볼을 넣어주던 엄마의 마음을 감히 상상하게 된다.


토요일이 될 때마다 엄마와 시간 약속을 잡고 아빠에게 허락을 받았다. 엄마 집에 가서 주말 음악방송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으로 해리포터 게임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음악방송을 보고, 게임을 하는 나를 보는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처음엔 부자연스럽고 불편했지만 주말마다 엄마를 만나는 것이 익숙해졌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둘 다 필요했으니까.

 

엄마 아빠가 같이 있으면 삶이 불행하다 생각해서 헤어진 거니, 우리는 모두 불행을 피하려 불편을 택하게  셈이다. 나는 그렇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주말 루틴을 가지게 되었고 해가 떠있는 낮에는 그것이 불편이었지만 생각이 찾아오는 밤에는 불행이었다. 아무도 내게  불편을 견뎌야 하는 이유나, 견디게 해서 미안하다던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진 않았다. 납득되지 않고 표현할  없는 불편은 불행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계속 불편했고 가끔 불행했다.


하지만 내내 불행했다고 생각하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편과 불행의 시간이 내게 남긴 것을 생각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외롭고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 시간들이었지만  시간들 덕에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헤아려보게  걸지도 모르겠다. 헤어짐이라는 선택을  수밖에 없던 엄마 아빠,  안에서 최선의 사랑을 주려고 찾아낸 방법들.. 원망하려면 무엇이든 원망할 수 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 이해할  있다는 마음이, 내게 스치듯 어렴풋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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