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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 on Oct 30. 2022

당신이 이혼가정의 자녀를 사랑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이혼가정, 열 번째 이야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 자기 연민이 가득한 글을 썼다. 글에는 나의 어둡고 눅눅한 마음을 다 쏟되 나와 실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는 기대지 않으려 애썼다.


실제 주변인에게는 부모님이 이혼해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고 사랑이 무엇인지 의심을 한 적도 있다고 말하는 것을 경계한다. 누가 됐든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 한 켠을 내어준다는 결심으로 이야기를 해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올 때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마음의 빗장을 더 단단히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는 자기 엄마가 "엄마 없는 친구랑은 놀지 말라"했다며, 앞으로 나와 같이 다니기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난 엄마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설사 엄마가 없다한들 저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그 친구랑 같이 지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경악할 만큼 무지한 발언이다.




공감이나 위로를 바라고 털어놓으면 나중에 내가 하는 크고 작은 잘못들이 결국엔 '부모가 이혼해서 그래'로 돌아올까 봐 부모의 이혼 사실을 콤플렉스처럼 숨기며 살았다. 그저 '나'라는 사람의 결점일 뿐인데 마치 그게 내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것처럼 단정 지어버리는 못된 어른들을 꽤 많이 만났다.


이혼가정의 자녀라면 나와 비슷한 경험들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당신에게 이혼가정의 자녀로서 겪은 이야기를 꺼낸다면, 무엇보다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며 당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고민하고 꺼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무겁게 받아들일 것도 아니지만 또 너무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기에 당신의 반응에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꺼낸 이야기이리라.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인해 '남들과는 다름'을 지니고 살아야 했을 세월을 지나며, 세상을 향한 억울한 마음이나 경계심도 가지게 됐을 것이다. 당신이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가정환경이 아닌 너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말로 하지 못할 안도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혼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세상이다. 그 색안경과 상관없이, 어두운 시간들을 잘 버텨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이 글을 읽는 당신께 감히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세상이 안겨준 콤플렉스 아닌 콤플렉스를 지니며 잘 버텨낸 모든 이혼가정의 자녀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고 너무 잘 해왔다고,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고 싶다.



어떤 꼬리표는 오히려 훌륭한 원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행복을 향한 기본값인 것처럼 규정된 ‘화목한 정상 가족’은 우리에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쾌히 행복하게 잘 살아버리는 이야기를 같이 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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