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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Apr 27. 2023

진짜 사나이?

요게벳의 기도

군대이야기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각인되어 있지만 천만에요!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들도 군대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아들은 3년 전 4월 이맘때 대학1학년을 마치고 논산훈련소로 입대하였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여서 입소식은커녕 수료식도 취소되었고 자대 배치를 받고도 면회 한 번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 시기에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들의 심정은 얼마나 애달팠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입대하던 첫날 무리 지어 들어가는 빡빡머리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실감이 나질 않아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논산까지 함께 간 여동생들이 “언니 생각보다 덤덤하네.” 할 정도였지요. 그러나 다음 날부터 비어있는 아들의 방을 보며 울기 시작해서 아들이 전역할 때까지 흘린 눈물이 살면서 이제껏 흘린 눈물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나의 신앙심이 가장 고조되었을 때도 바로 아들이 군대 간 그때입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요게벳의 마음으로 하나님이 아들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길 눈물로 기도했고 그즈음 함께 입대한 아들의 친구들을 위해서도 엄마의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해 기도하게 되더군요. 곱게 자라 유약한 이 아들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지킬까? 심히 걱정되었기 때문이지요. 여태껏 용감한 국군아저씨들이 나라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사실은 스무 살을 갓 넘긴 철도 안 든 남자아이들이라는 것을 아들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한 동네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한 아들과 아들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다 입대하여 우리 아파트 단지는 생기를 잃고 조용했습니다. 길에서 종종 아들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아들의 군대 이야기를 하며 누구는 해병대를 가서 진탕 고생하고 누구는 최전방으로 배치되어 걱정하는 엄마들의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병역비리로 군대를 면제받은 금수저들 이야기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누구의 찬스도 쓸 수 없고 꼬박꼬박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월급쟁이 소시민들에게는 그저 어느 별나라 이야기였습니다.


남편과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다행히 아들은 소대장 훈련병이 되어 동기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2주가 좀 지나자 아들이 입대할 때 입었던 옷이 담긴 소포가 왔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그때 통곡을 한다는 정보를 들었음에도 덜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여는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와 비가 억수같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섬세하고 다정한 우리 아들은 엄마가 소포를 받고 울까 봐 종이 박스 안쪽 뚜껑에 “엄마 저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메모와 군복을 입고 경례하는 그림을 그려서 보냈습니다. 그걸 보고 정말 엉엉 울었고 보낸 옷을 한 참 동안 빨지도 못하고 아들의 메모가 담긴 소포 박스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수료식 하는 날 코로나로 인해 가족 참여 행사는 없다는 슬픈 소식과 아들이 우수 훈련병으로 사단장 표창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화생방방호사령부로 자대 배치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통보받았습니다,


드디어 아들이 자대 배치받는 날

나는 아침부터 남편을 졸라댔습니다. 자대배치받은 부대 앞에 가서 기다리자고요. 그러면 아들 뒤꽁무니라도 볼 까하는 마음과 못 보더라도 아들이 복무하게 될 부대를 눈도장이라도 찍고 오자고 했습니다. 아들을 못 본 지 6주가 지났고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휴가 중이던 남편은 가 봤자 만날 수 있는 확률이 1% 안된다며 반대했고 내가 혼자라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마지못해 점심시간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무작정 아들의 자대 앞에서 기다린 지 40분쯤 지났을 때 검은 승합차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앞을 지나 10m쯤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예쁜 여자 장교가 내리며 말했습니다. "혹시 여기 훈련병 어머니 계신가요?” 그곳엔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네! 제가 훈련병 엄마예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지요. 그러자 장교는 뒷 자석 문을 열어 주었고 어머, 세상에! 그곳에 우리 아들과 몇 명의 신병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들은 신병답게 상기된 얼굴로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재윤아!‘하고 부르는 엄마를 보고 살짝 미소 지었고 나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차 문이 열린 잠깐 동안 보고 싶은 아들을 볼 수 있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사실 남편의 말처럼 아들이 오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고 차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릴 확률이 훨씬 높았지요.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시 되짚어 설명하면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고 얼마 안 되어 신병들을 태운 차가 왔고 차 안에서 우리 가족을 본 아들이 자신도 모르게 “엄마!”하고 부르자 그 소리를 들은 여자 장교는 집에 있는 아들이 생각나 기꺼이 가 던 차를 멈추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하나님이 매일 아들이 보고 싶어 찔찔 짜는 저를 불쌍히 여겨서 깜짝 선물을 주신 것이지요.  


남자들의 군대이야기가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듯이 나의 군대이야기도 엄청 깁니다. 축약하면 그 후 아들은 자대 앞으로 마중 나온 엄마 때문에 유명해졌고, 좋은 선임들을 만나 내무반 생활도 원만했으며  부대의 특성상 위험한 헬기레펠 훈련도 했지만 재미있었고, 다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근무가 힘들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들은 군대가 체질이었는지 장교들로부터 말뚝 박으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전투프로와 특급전사로 여러 포상을 받아  달이나 일찍 전역하고 진짜 사나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벌써 전역했냐고 물어보는 무심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복무기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군대시계는 무지 느리게 갑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옛날옛날에 군대 갔다 온 친구들에게 "너 또 휴가 나왔냐?"  "너 벌써 제대했어!"라고 생각 없이 말했던 거 깊이 반성합니다.

"얘들아~ 그땐 내가 넘 철이 없었어... 미안해!"



*요게벳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탈출시킨 모세의 어머니입니다. 애굽에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들을 낳으면 죽이는 끔찍한 일을 벌였는데 차마 아들을 죽는데 내어주지 못한 요게벳은  아들을 숨겨두었다가  강물에 띄워 보냅니다. 그때 마침 목욕하러 나온 애굽의 공주가 아기를 발견하고 건져내어 애굽의 왕자로 키웁니다. 그 아이가 바로 물에서 건진 아기 '모세'입니다. 그리고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라는 요게벳의 노래가 저의 주제가가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을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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