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우리 강아지 ‘니모’와 산책을 한다. 찬비가 후득후득 떨어지는 날에도, 첫눈이 펄펄 내리는 날에도,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조잘대는 날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었다 소리 없이 지는 날에도 내 발은 습관을 따라 걷는다.
며칠 전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는 니모를 데리고 집 앞 공원으로 나왔다. 냄새를 맡으며 킁킁대는 니모를 따라가다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저기 새의 깃털이 몇 개 떨어져 있었고 멀지 않은 풀밭에 죽은 비둘기가 있었다.
‘헉! 어제저녁에도 없었는데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놀라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휙 돌렸지만 빛을 잃고 텅 빈 비둘기 눈을 보고 말았다. 니모의 줄을 급히 당겨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지만 심장이 쿵쿵 대는 소리가 한 참 들렸다.
문제는 그다음 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비둘기의 사체를 목도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길로 지나가는 게 두려우면서도 아직도 그 자리에 비둘기가 있는지 눈길이 갔다.
‘왜 아무도 비둘기의 사체를 치우지 않는 걸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비둘기의 죽음을 생각해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평소 비둘기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고 길을 걷다 비둘기 무리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내 앞에서 날아오를 까봐 질색하며 서둘러 돌아가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죽은 비둘기가 자꾸 생각나서 도무지 그렇게 버려두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주변을 살피고 근처에 떨어진 커다란 목련나무 잎을 몇 장 주어 이제는 점점 형체가 뭉개져 가는 비둘기 위에 목련 잎을 덮어주었다.
향긋한 봄과 짙은 초록빛 여름과 쓸쓸한 가을을 살았던 비둘기를 추억하며 목련 두 잎의 애도를 보낸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고 했던 오래전 윤동주 시인의 마음이 성큼백 년의 세월을 건너 내 마음에도 물들어온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향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크고 작음에, 하찮고 귀함에 차별이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들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애도한 시인의 이야기가 비로소 깨달아진다.
그리고 그날 밤 눈이 소복이 왔다.
목련 잎을 덮은 비둘기 위에도 흰 눈이 무덤처럼 쌓여갔다.
아침 산책길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을 보았습니다. 손바닥 보다 큰 목련잎 짙은 초록이 멍든 갈잎이 되어 떨어진 것을 보니 문득 지난겨울에 썼던 에세이가 생각나 '목련 두 잎의 애도'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