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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14. 2021

[교행일기] #40.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

무인도에 떨어진 우리


의식이 돌아오니 어딘가로 휩쓸려 온 것 같다. 입안의 짠내가 그득했고 콜록이며 공기와 흡입한 바닷물을 게워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주위를 돌아보지만, 인적이라고는 여기 이곳에는 없다. 무성한 나무와 광활한 해변, 휴가로 며칠 다녀오기에는 참 좋은 광경을 지닌 그런 곳이다. 아직 의식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아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것은 태양의 열기 때문이기도 했기에 나무 밑으로 걸어들어가 나무기둥에 등을 대고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의식 속의 기억을 더듬으려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연이는 의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총알이 빗발치고 수류탄이 터지는 전쟁터에 있었다. 전쟁터로 나온 수십만의 병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없었다. 고지는 바로 저기에 있었다. 58번의 전쟁 속에서 57번을 연이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그 사라진 병사처럼 눈으로 보이는 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마지막 1번의 전쟁은 앞에서부터 치고 들어가는 다른 병사들과 달리 적의 뒷공간을 노리는 나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연이는 고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의식이 하얘졌다.


의식이 돌아온 연이는 나무 뒤쪽에 연이 아닌 다른 뭔가의 소리를 들었다. 듣기만 해도 그 소리는 연이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였다. 잽싸게 최대한 빨리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짐승들은 연이가 봐오던 그런 생명체는 아니었다. 여기 역시 다른 종류의 전쟁터였다. 나무 위에 다행히도 교신이 가능한 무전기가 있었다. 흡사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


무전기의 소리는 짐승들은 들을 수 없는 형태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그쪽도 짐승의 습격을 받기에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나무 위로 올라오느라 살갗이 벗겨져 쓰라린 손에 나무의 얇은 줄기를 벗겨내어 칭칭 감았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우리기에 여기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우물쭈물한 다른 무인도의 동료들이 짐승에게 잡혀가고 전쟁터의 사라진 병사처럼 여기에서 사라졌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어떤 생존 도구 없이 무인도에 버려진 느낌.


연이가 느끼는 감정이 이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동료애는 그야말로 단단해졌다. 서로가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고 그걸 통해 더 많은 정보가 연이한테도 들어왔다. 스킬이 늘어나니 이곳에서도 적응할 만한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무인도라 믿었던 연이 옆에서 함께 헤쳐나가고 있는 다른 동료들도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생존에 급급했기에 주변을 볼 수 없었던 연이에게 더 강력한 그들이 있었다. 미리 이 무인도에 들어와 연이보다 먼저 정착한 그들. 그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더 많은 지식과 스킬이 쌓여갔다. 그들이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들으며 연이가 알아낸 방법에 접목하여 더 강력한 연이만의 스킬이 되었다.


'이제 무섭지 않다'는 아니나 연이는 그들과 함께 같이 이 무인도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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