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수필 #5
요 며칠 사이에 찌는 듯한 더위가 폭염 후 장마란 새로운 공식이 들어온다나 하는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짜 우산을 쓰고 있어도 머리가 홀딱 젖을 정도로 비를 두들겨 맞은 듯하다. 그렇게 지나간 비 뒤에 찾아온 공기는 여름의 습기 한껏 머금은 찜통 속 공기가 아니라 선선함이 잔뜩 묻어있는 가을향 나는 공기로 바뀌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북한산이 시야에 뚜렷이 보였다. 공기도 맑고 선선하니 참 오늘만큼 좋은 날이 없구나 생각했다.
'점심 뭐 먹을래?'
엄마가 시야가 확 터진 하늘을 보고 있던 연이에게 물었다.
'오늘 같은 날은 엄마표 비빔국수죠.'
연이는 창문으로 쏟아지는 전경을 뒤로하고 조그마한 저울에 진공소면을 개량했다.
엄마 100g, 연이 100g.
비빔국수 양념재료는
얼마 전에 담은 잊지 않아 씁쓸한 열무김치(요건 원래 푹 익어야 제맛인데, 연이가 여름 내내 비빔국수를 해 먹어서 오늘은 이것으로 해야 했다.)
푹 익은 김치, 오이,
그리고 비장의 무기, 무말랭이 무침 조금(이것을 넣고 안 넣고는 식감이 다르고 맛이 달라진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엄마표 비빔국수에는 무말랭이 안 들어가면 섭섭하다.)
위 재료를 식가위로 자잘하게 잘라먹기 좋게 만들고는 여기에 마늘 다진 것과 설탕, 참기름 조금 넣고 고추장으로 살짝 무친다. 그 사이 연이는 소면을 삶고 있다. 처음에는 소면을 사용했는데, 그냥 소면은 삶다가 조금 실수를 하면 그 푹 퍼져버려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연이는 실망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진공소면이다. 요것은 조금 더 삶아도 푹 퍼져버리는 경우는 드물어 나름 성공적인 비빔국수를 만들기 좋았다.
엄마와 한 10분 정도만에 뚝딱 만들어낸 비빔국수와 콩국수에 부어먹는 시장표 콩국물을 컵에 한 잔씩 따라 한 컷을 찍었다. 여기에 콩국물이 뭐냐고 한다면 빠질 수 없는 조연이라고 할까? 연이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그런데, 비빔국수를 좋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그런데, 비빔국수 한 그릇 뚝딱하고 비워내고 나면 입안이 얼얼해서 입에서 불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콩국물을 마시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그 혀의 통증이 올 정도의 매운맛을 싹 진정해준다. 그리고 콩국물을 먹고 나면 든든하다.
오늘 먹은 비빔국수가 아마도 올여름 마지막이지 않을까 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비빔국수보다는 다시 칼국수나 라면이 당기지 않을까 한다. 엄마표 비빔국수는 내년을 기다리며 이만 보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