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버림치 03. 하얀 그림자

따숨소설 01

by 연이

최초 보도를 했던 신문사를 제외한 모든 신문사에서 앞다투어 이 사건의 후속보도라며 뉴스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강 씨의 허위진술로 만들어진 하나의 사건이 계속되는 기자들에 의해 재생산되어 여론의 뭇매를 톡톡히 맞은 서아 아빠 회사의 타격은 생각보다 컸다. 회사의 주가는 폭락을 했고 다방면으로 투자를 해서 사업을 확장하려던 계획은 은행들의 원금 회수로 인해 자금난에 허덕이며 회사는 부도 처리되면서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갔다. 서아 아빠는 자신의 전부가 고스란히 녹아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일을 보러 나간다던 서아 아빠는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 서아 엄마는 다급하게 갈 만한 곳과 알 만한 사람에게 전화를 했고 수화기 너머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자 한동안 식탁에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서아의 손이 그녀에게 닿자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그날 이후 경찰이 몇 번 오가고 잠잠해졌다. 일주일 후 경기도 인근에서 차량만 발견되었을 뿐 그 어디에서도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아 엄마와 서아는 서울을 떠나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 인천으로까지 이사 오게 되었다. 서아 엄마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로 에멜무지로 실종된 서아 아빠의 행방을 수소문하려고 염알이꾼을 고용했지만, 끝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렇게 뭔가의 답을 얻기 위해 하루하루 지내온 시간이 겨울이 10번이나 지나면서 서아의 키는 엄마보다 머리 하나만큼 커졌다. 서아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는커녕 보고픔이 커질수록 세월에 반비례로 점점 더 선명해졌다.




하얀 안개가 서아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서아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꿈을 꾸고 있고 조금 있으면 날카로운 마찰음과 끄는 듯한 소리 그리고 텅텅거리는 소리가 그녀에게 다가오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아의 예상과는 달리 하얀 안개가 흐려질 때쯤 자신은 한적한 도로에 서있었다. 도로의 적막함을 뚫고 화물차 한 대가 서아가 서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헤드라이트는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차량 그림자만 서아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나무 그림자를 뚫고 리어카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아주 격렬한 타이어 굉음과 함께 까만 차량 그림자가 아까의 그림자랑 겹쳐졌다. 잠시 후 그 차량 그림자는 전속력으로 서아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서아의 몸은 이미 차량의 매서운 기운에 마취되었는지 손가락 하나도 끄덕댈 수 없이 눈만 깜빡였다. 그때 하얀 그림자가 서아를 낚아채더니 다시 서아는 하얀 안개로 뒤덮였다.


꿈에서 깬 서아는 극도의 공포감에 놀라 몸을 잔뜩 옹동그리고 침대 옆 구석에 숨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팔이 저절로 떨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진정이 되었는지 땀에 젖은 몸을 따스한 물로 씻어내면서 문득 한 생각이 서아의 마음을 흔들었다.


‘꿈속에서 그 하얀 그림자가 날 살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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