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아닌 레시피
다음으로는 파스타면을 이용한 여러 가지 '레시피 아닌 레시피'들을 소개해 보겠다.
단계 1 [11화]: 스웨팅, OO오일 뽑아내기
단계 1 [11화]: 소테, 슬라이스, 다이스, 다지기
단계 2: 준비된 재료
D: 양파, 건파스타면, 블록 파마산/그라노파다노 치즈, 냉동 모차렐라 치즈, 버터
C: 당근, 계란, 토마토소스 병, 슬라이스 치즈
B: 브로콜리, 깻잎, 양송이/표고버섯
A: 간 소고기, 새우, 삼겹살
기본 중에 기본: 파스타 면 삶기
파스타는 생파스타와 건파스타가 있지만, 구하기 쉬운 건파스타 기준으로 설명한다. 길이가 짧은 파스타는 걸쭉한 소스에 좋지만 라이트한 소스에는 간이 잘 안 밴다. 길이가 긴 누들 파스타의 활용도가 더 많을 것이다. 누들 파스타는 스파게티면과 납작한 면인 링귀네와 페투치네가 대표적인데 링귀네는 얇고 페투치네는 두껍다는 점이 다르다.
소스 만드는 시간이 짧으면 파스타 물부터 올려놓는다 (끓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산해서 파스타가 삶아지는 시간과 소스가 완성되는 시간이 일치해지는 때 면을 넣고 삶는다. 소스를 만드는 시간이 길면, 소스가 완성될 즈음에 물을 올리고 면을 삶는다.
좁고 높을수록 좋다. 낮고 넓으면 파스타 누들을 부러뜨려 삶아야 할 수도 있다.
물이 적으면 파스타 면이 끓는 동안 졸아들 수 있다. 또 물이 많아야 대류현상에 의해 열기가 균일하게 분산된다. 파스타 물의 간은 우리가 떠먹기에 기분 좋은 짠맛이 가장 좋다.
반드시 팔팔 끓을 때 넣는다.
파스타 삶는 시간은 모양과 두께, 건조 정도에 따라 다르다. 기준은 포장지 뒷면을 따르되 타이머를 맞추고, 알람 울리기 1분 전부터 맛을 본다. '알단테 (Al Dante)'는 이로 끊기 쉽지만, 면에 약간의 저항과 씹는 질감이 느껴지는 정도를 말한다.
*파스타물의 용도: 소스의 농도를 맞추는 데 사용
*파스타는 바로 먹거나, 소스 익는데 시간이 걸리면 찬물에 헹군 뒤 오일로 살짝 버무린다.
안 특별한 듯 되게 특별한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소스 한 병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파스타이지만, 특별하게 만드는 몇 가지 킥이 있다.
- [메인]:
(1) 메인 단백질 - 새우, 간 소고기, 닭 가슴살
(2) 메인 야채 (비건) -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컬리플라워 등
재료 손질: 다이스 or 통으로 [메인], 스몰 다이스 or 슬라이스 [양파, 마늘, 버섯, 당근]
OO 오일 뽑아내기 [11화]를 참조해서, 마늘 오일을 뽑아낸다.
안 익은 메인은 먼저 익힌다.
(1) 메인 단백질
* 새우 - 찬물에 깨끗이 헹구고, 머리와 내장을 땐다(머리는 맛 낼 때 좋기 때문에 버리지 않음). 새우 양면에 소금 후추 간을 한다. 버터 1스푼 중불에 올려 보글보글 녹으면 새우를 가지런히 놓는다. 겉면에 색이 진해지면 바로 뒤집고 다음 면은 짧게 익히고 접시에 빼낸다.
*간 소고기/다이스 닭가슴살 - 미리 고기에 소금 후추 간을 한다. 중강불에 팬을 데운 뒤, 기름을 넣고 팬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띄엄띄엄 고기를 배치해서 가만히 둔다 (이유: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수록' [11화]).
킥 2 - 단백질을 먼저 익히고 접시에 덜어둔 뒤, 사용한 팬을 절대 씻지 않고 그대로 다음 스텝을 진행한다.
(2) 메인 야채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컬리플라워 같은 단단한 메인 야채들은 소금을 넉넉히 넣은 끓는 물에 넣은 뒤 30-40초를 세고, 씹었을 때 '알단테'스러운 식감이 느껴지면, 바로 찬물에 헹군다.
[메인 단백질]을 구울 때 쓴 바로 그 팬에 남아있는 오일을 조금 덜어주고, 새로운 마늘 오일/올리브 오일 반반 비율을 넣고 [양파, 마늘, (버섯, 당근)]을 스웨팅 [11화] 한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해준다.
오래 볶을수록 진한 맛이 느껴진다. (따라서 태우지 않게 얼마나 오래 수분을 날리느냐가 핵심)
시판 토마토소스는 이미 익은 소스 이기 때문에 따로 더 익혀줄 필요는 없어, 팔팔 끓지 않게 잘 데워준다.
치즈=천연 MSG이다. 따라서 풍미를 올리기 위해 치즈를 마구 갈아서 소스와 섞는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 후추 간을 더한다.
1) 건더기는 빼고, 면을 먼저 플레이팅 한다.
*면 플레이팅 방법
방법 1. 집게로 면을 조금 잡아서 접시에 놓고 살짝 비틀어주기. 이걸 여러 개 반복
방법 2. 긴 나무젓가락(쇠 젓가락은 면이 잘 미끄러짐)으로 면을 가능한 많이 잡고, 두 젓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 수평으로 기울인 뒤 돌돌돌돌 말아준다. 면이 거의 다 한 젓가락에 돌아가면, 수평의 상태로 접시에 가져가 젓가락만 조심스럽게 빼준다.
2) 메인 건더기들을 원하는 곳에 예쁘게 배치한 뒤, 소스를 숟가락으로 퍼서 빈 공간을 메운다.
* 플레이팅 망칠 때 만회하는 방법
- 블록 치즈와 '제스터'를 이용한 눈꽃 치즈로 덮기 - 아무리 이상한 플레이팅이라도, 위에 가니쉬만 예쁘게 얹으면 진짜 만회가 된다 (한 번 믿어 보시길).
- 후추 그라인더로 살짝 덮어주기
3) 마늘 오일을 크게 둘러준다
킥 4 - 향이 진한 오일은 먹기 직전에 올리면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시간 많으면 꼭 만들어 봐야 하는 인생 볼로네제
이 레시피는 Marcella Hazan이라는 이탈리안 셰프의 레시피로 내가 만들어 본 레시피 중 제일 맛있는 볼로네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볼로네제는 만드는 과정은 하나도 안 복잡하지만, 최소 3시간 동안 불 앞에서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 레시피 이기 때문에 주말 저녁이나, 혹은 친구를 초대할 때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별히 필요한 재료]: 샐러리, 화이트 와인, 원산지가 이탈리아산인 토마토 캔
(San Marzano, Cento 브랜드, 원재료 명에 peeled whole tomato, sea salt 정도 들어가 있는 것) *작가는 토마토 캔이 없던 시절, 한국에서 일반 토마토를 사서 물에 살짝 데친 뒤 껍질을 벗겨 갈아 이용한 적이 있었다. 정말 구하기 어렵다면 시도해 보시기를...
- 야채 + 쇠고기의 양은 2컵/2인분
- 사실, [양파]:[샐러리]:[당근] (1:2:2)를 프렌치 요리에서는 '미르포아 (mirepoix)'라고 부르며, 많은 요리의 베이스로 사용된다.
- 보글보글 X, 아주 천천히 기포가 올라오도록
- 반드시 타지 않게 계속 스파출라로 바닥을 긁으며 저어주기
- 오래 끓이면 고기에서 기름이 빠져나와 분리되는 것이 보임 (꼭 이것을 보고 1시간 더 끓여야 완성)
- 면을 따로 익히고 + 실온에 둔 버터로 코팅해 준 것을 아래에 깔은 뒤, 소스 한 국자를 퍼준다
- 블록 치즈, 소금 후추 그라인더로 마무리
삼겹살로 만드는 크림 없는 계란 까르보나라
한국에서 먹는 까르보나라에는 해비 크림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해비 크림은 유지방이 34-40%나 들어있어 거품기로 젓기만 하면 휘핑크림이 된다. 해비 크림은 지방이 너무 많아 1컵만 사용해도 약 800kcal가 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레시피는 해비 크림 없이 계란과 치즈로 만든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원래 정통 까르보나라는 크림 없이 계란과, 치즈, 후추, 그리고 염지 된 돼지고기로 만들었으니, 더 좋지 않은가? 정통 까르보나라에서 더 진화해 우리는 원칙 1과 2에 충실한 요리를 만들어 볼 것이다.
까르보나라의 크리미함을 만들려면 어찌 됐건 지방이 필요하다. 정통 까르보나라는 그 지방을 계란 노른자와 치즈에서 가져온다.
-[돼지고기]: 삼겹살 (비계 많은 부분) or 베이컨 or 판체타 or 관찰레
-[야채]: 브로콜리, 양파, 양송이/표고버섯, 마늘, 파
재료 손질: 스몰 다이스
퀴즈: 왜 약불로 고기를 두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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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고체 상태의 지방을 약불에 두면 액체화 된다. 이를 '렌더링(rendering)'이라고 하는데, '낮은 온도 조리 원리' [11화]에 나온 설명과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삼겹살을 기름 없이 구워도 나중에는 기름이 흥건한 것처럼, 약불에서 오래 익혀주면 타지 않게 기름을 최대한 많이 뽑아낼 수 있다.
[야채]의 양은 1컵/2인분으로 한다. 만약 고기 기름이 너무 적으면 버터 or 오일 한 스푼을 넣어준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야채가 투명해지면 다시 고기를 넣고 불을 끈다.
더 진한 맛을 위해 노른자 비율을 높인다. 흰자 노른자 분리는 '머랭 치기' [9화] 참고.
계란은 2인분에 4개(노른자 4개, 흰자 2개)가 적당하다.
파스타가 다 익기 1분 전이 되면 '3'의 팬은 중불로 올리고, 파스타는 면수 1컵을 남긴 채 물을 버린다. 파스타를 달구어진 '3'의 팬에 넣고 잘 섞어주며 익힌다. 이때 파스타는 매우 뜨거운 상태여야 한다.
*불을 안 끄면: 스크램블 에그가 된다.
*오래 안 섞어주면: 차가운 계란물 파스타가 된다.
즉, 불을 끈 뜨거운 파스타가 스크램블 에그는 되지 않으면서, 날계란을 익힐 수 있는 적당한 온도가 된다.
*슬라이스 치즈를 써도 되나요?: 오리지널에서 멀어지지만, 가능하다. 그 대신 잘게 썰고, 실온에 두어 차지 않은 상태에 섞는다.
텅 빈 냉장고와 텅 빈 통장일 때 만드는 내 멋대로 파스타
지금까지의 과정을 따라오느라 수고했다. 이제는 응용을 해볼 차례이다.
질문: 만약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가 이것뿐이라면 당신은 어떤 파스타를 만들어 볼 것인가?
양념: 고춧가루, 간장, 고추장, 설탕, 소금, 후추, 굴소스
D: 김치, 양파, 마늘, 건파스타면, 참치캔, 버터, 냉동 대파
C: 계란, 슬라이스 치즈
B: 버섯
다음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가 가능할 것이다.
김치, 양파, 파, 마늘, 버섯은 야채로 선택하고, 가능한 단백질은 참치 or 계란이 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냥 오늘은 파스타니까 너무 한국적인 것 말고 약간 중간 지점을 찾아보고 싶다.
- 김치 양념 X, 고추장 양념 X
- 버터 간장 양념 O
*양념 참고: '볶음밥 양념' [5화]
선택된 재료들을 세게 볶을지, 부드럽게 볶을지 판단한다.
순서에 맞게 볶아낸다. 킥 4 [이번 화]를 쓸지 말지 마음의 여유에 따라 고민해 본다.
*순서/과정 참고: '볶음밥 만드는 법' [5화]
*플레이팅 참고: '볶음밥 플레이팅' [5화], '레스토랑 파스타 플레이팅' [이번 화]
이상, 3주 간의 모든 배움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주인만큼 맛있고 멋진 요리를 꼭 만들어보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달려와 줘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화는 완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축하의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