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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Feb 12. 2023

뉴욕의 이탈리안 먹거리 놀이동산: 잇탈리(EATALY)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Madison Square Park)을 왼쪽에 끼고 바라보면, 맨해튼의 아이코닉한 빌딩 중 하나인 플랫아이언 (Flatiron) 빌딩이 있습니다. 마치 다리미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플랫아이언 빌딩은 그 앞에 넓은 광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 거리를 유심히 지켜보면 하나같이 바로 눈에 띄는 가게가 있는데요. 바로 '잇탈리 (Eataly)'라는 가게입니다. 입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과 동시에 나오는 사람마다 손에 먹을 것 하나씩 들려 나오는 것이 그곳을 더욱 궁금하게 합니다.


이탈리아의 스펠링을 잘못 썼나? 하는 생각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법한 잇탈리는 '먹다 (EAT)'와 '이탈리아(Italy)'를 합쳐 만든 이름입니다. 재치 있는 이름처럼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먹고(EAT), 쇼핑하고(Shopping), 배울 수 있도록(LEARN) 만들어진 다양한 기능을 하는 식공간이라고 하는데요.


얼핏 보면 마켓과 레스토랑이 그저 한 공간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배운다'(Learn)는 이들의 철학이 매장 곳곳에 많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품 진열대마다 친절하게 씌어있는 이탈리아 음식과 브랜드 설명서가 씌어 있다는 점인데요. 마켓을 재미있게 구경하다 보면 카놀리, 비스코티, 아마레티뿐 아니라, 생소한 파브리 아마레나 (Fabbri Amarena: 세라믹 항아리에 담긴 시럽에 절인 과일)와 같은 디저트들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생 파스타면을 뽑는다던지, 카놀리 필링을 채운다던지, 화덕 피자를 굽는다던지 하는 주방 직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탈리아 식문화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니까요?


"한 지붕 아래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퀄리티의 음식을 한 곳에 모아서, 이탈리안의 다양한 모습을 캐주얼하고 자연스럽고 심플하게 먹고, 쇼핑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

출처: EATALY 공식 홈페이지

이런 창의적인 공간의 첫 탄생은 잇탈리의 창업자인 '오스카 파리네티(Oscar Farinetti)'의 작은 스케치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장으로는 풀자면 “한 지붕 아래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퀄리티의 음식을 한 곳에 모아서, 이탈리안의 다양한 모습을 캐주얼하고 자연스럽고 심플하게 먹고, 쇼핑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잇탈리 팀은 그 후 수년간의 연구와 고민 끝에 이탈리아 식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식재료와 음식들을 한 공간 안에 표현할 방법을 찾았고, 결국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Torino) 지역에 첫 매장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탈리아를 넘어서서 미국, 캐나다, 스톡홀름, 뮌헨, 파리, 런던 등 전 세계에 41개의 매장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기본 철학은 같지만 매장마다 각자 다른 환경에 맞게 변화를 주어 공간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전 세계 매장 중 미국 뉴욕에는 다운타운점과 플랫아이언점이 있는데요. 그중 이번에 방문한 곳은 플랫아이언점으로 유독 큰 규모와 다양한 먹거리 종류로 눈과 입이 특히나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먹거리가 얼마나 다양하는가 하면 정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선, 입구를 열면 이탈리아 대표 커피 브랜드 라바짜 (Lavazza) 카페가 보입니다. 그 맞은편에는 이탈리아 쿠키, 캔디, 잼과 같은 달달한 디저트들이, 또다시 그 맞은편에는 젤라토와 카놀리가, 또 그 대각선에는 신선한 페이스트리류들이 있었습니다. 또 그 맞은편에는 플랫브래드들, 또 그 대각선에는 초콜릿, 또 맞은편은 치즈... 이 외에도 파스타 소스만 파는 큰 진열대 하나, 오일, 살라미, 해산물, 요구르트, 와인, 파스타, 신선 과일과 야채들, 거기에 6가지 서로 다른 매력의 레스토랑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죠.


로컬 마켓 같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너무 세련되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이 섞여있어 로컬과 대중, 주류와 비주류의 그 적절한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투박한 스타일의 러스틱 한 이탈리아와 파인 다이닝에 등장할 법한 하이 앤드 이탈리아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오스카 파리네티의 기획 의도와 맞게 이탈리아 식문화를 먹고, 쇼핑하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었습니다. 음식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곳이 마치 놀이공원이겠네요.


다만 약간의 질문을 던져보자면, 신선 식품 진열대 관리에 대한 것입니다. 잇탈리에 진열된 신선 식품 중에는 보편적인 과일 야채도 있었지만 콘셉트에 맞게 비싸고 특이한 식재료들도 참 많았는데요. 모렐 머시룸(morel mushroom),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예로 들을 수 있겠네요. 신선 식품은 오래 보관이 어려워 관광객들보다 로컬 사람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을 텐데,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고가의 신선 식품 진열대를 어떻게 유지 관리 했을지 문득 궁금했습니다. 귀한 식재료들을 한 곳으로 들여오기 위해 드는 환경적 비용과 유지를 위한 수익성 문제에 대한 잇탈리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레스토랑들과 계약으로 수요와 공급 문제 해결하고 있는 걸까요? 예전 언젠가 레스토랑 주방에서 메뉴에 쓰일 귀한 허브가 갑자기 떨어져, 셰프가 급하게 잇탈리에서 사 오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이런저런 의문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정도 정신없이 구경한 뒤 들었던 생각은, 한 나라의 식문화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참신하게 소개될 수 있구나 하는 긍정적 가능성이었습니다. 먹는 것만큼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또 없을 테니까요. 음식이라는 주제 하나로 사람들이 이처럼 행복할 수 있다니! 먹는 것으로 하나 됨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잇탈리 매장이 있는 곳에 가까이 사신다면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최근 한국 서울 여의도 ‘더 현대’에도 작은 잇탈리 매장과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서울의 매장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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