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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Jul 14. 2022

뉴욕에서 파리로 1시간 안에 도착하는 방법

쏴- 쏴-

비가 콸콸 쏟아지는 어느 평일 낮이었다.


뉴욕에서 처음 만난 친구는 다시 그녀가 살았던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우리 또 보자!' '언젠간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서로 말은 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라서 직장까지 얻은 그 친구와 앞으로 또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비가 내릴 때에는 실내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 제일 행복하답니다

친구는 다양한 카페를 다니기 좋아했고, 커피를 사랑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또 얼마나 좋았으면, 학교 다니는 동안에도 틈틈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까. 지금 그 친구는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지만, 한 때 파티시에가 꿈이었다는 걸 들어보면 카페에 대한 열정이 꽤나 '진지'했던 것 같다.


이런 열정 때문에 좋은 커피에 대한 여러 기준들이 까다롭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경우 비판적인 분석보다는 그 공간에서 받는 경험을 만끽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듯했다.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이 라테는 우유 거품을 부드럽게 잘 냈고, 산미는.... 향은....'이라고 주저리주저리 평가를 했던 나와는 다르게, 그저 한 모금을 마시고 '음~!' 소리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세세한 분석 보다 필링(feeling)대로 따라가는 '즐기는 태도'가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친구의 취향과 우리의 마지막 만남인 것을 고려해 나는 'Buvette(부벳)을 가볼래?' 하고 먼저 제안을 했다. 카페를 좋아하는 친구니까 브런치를 먹어야 할 것 같았고, 일단 비는 내리고, 비가 내리면 무엇보다 멜랑꼴리 한 기분을 더욱 분위기 있게 내보고 싶은 내 마음이 사실 한몫했다.


부벳은 사실 나에게 있어서 '이방 사람들'에게만 꺼내 보이는 '바로 가 소개해 주는' 카페 같은 곳이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미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온 친구들을 데려갈 때마다 늘 칭찬을 듣는 곳인지라...


나에게 있어서 이곳은 뉴욕에 있는 작은 파리 같다는 느낌을 준 곳이었다. 물론 프랑스는 파리밖에 안 가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당히 유럽스러운 분위기가 뉴욕의 여느 카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photo credit: Buvette official website

일단 곳곳에 쓰여있는 불어가 유럽 여러 나라 중 프랑스 카페라는 힌트를 준다. 부벳은 불어로 간단한 음식과 주류를 곁들일 수 있는 태번(Tavern), 바(Bar)라는 뜻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가벼운 토스트와 계란류의 브렉퍼스트, 브런치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런치와 디너 메뉴에는 닭고기, 생선류 프랑스 음식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라이트 하게 먹을 수 있도록 스튜(stew), 로스티드(roasted), 스팀(steamed), 혹은 타르타르 (tartare) 방식으로 요리한 것이 많다.


또 메뉴가 대부분 프랑스 클래식들이 참 많았는데, 나중에 찾아 봤지만 런치/디너 메뉴의 경우: 꼬꼬뱅 (레드와인에 졸인 닭고기), 에스카르고 (버터를 넣어 구운 달팽이 요리), 뮬과 프렌치프라이 (버터를 넣고 찐 홍합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감자튀김), 스테이크 타르타르(다진 생 소고기와 케이퍼, 코니숑을 넣은 전체요리), 라따뚜이 (토마토, 가지, 양파 등이 들어간 야채 스튜) 처럼 프랑스 식당에서 쉽게 기대할 수 있는 클리셰들로 이루어 졌다.


그렇다면, 프랑스 식당에서 기대하는 브렉퍼스트와 브런치 메뉴는 그럼 무엇이 있겠는가?

토스트류와 달걀 요리들이 주를 이룬다고 했는데 불어로 Les Gaufres/waffles (와플류), Les Croques (오븐 샌드위치류), Les Oeufs (달걀류), Toasts (토스트)라고 표현한다.

토스트 외에는 알아듣기 힘든 말일 수 있지만, 들어가는 재료를 친절하게 영어로 써 놓은 터라 파리로의 환상을 품은 손님들의 상상 속에 어쩔 수 없이 현실감으로 타협해야 한다.

부벳의 브렉퍼스트 메뉴
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공복인 상태로 갔으니 달달한 페이스트리류 보다는 짭짤한 음식이 낫지?


어떤 음식을 고를까 친구와 고민하다가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을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일 년 전 기억을 상기해 보면, Saumon Fumé(훈제 연어와 계란)와 Avocado Toast(아보카도, 계란, 토스트)를 시켰던 것 같다.

정말 작은 플레이트에 작은 음식이 나왔는데, 포션 자체도 유럽스럽지 않나요?

둘 다 빵과 메인 재료(연어와, 아보카도)에 계란은 다른 조리 방식이었는데, 연어에 곁들인 계란은 프렌치식 스크램블드 에그, 아보카도 위에 올린 계란은 molette(soft라는 뜻) 즉, 쉽게 말하면 삶은 반숙 달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븐에 구워낸 따뜻한 샌드위치류 les croques에서 하나 골라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집에 오븐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오븐 샌드위치를 고르는 것은 꽤나 합리적으로 보였다.

크로크 (Croque)는 'bite(한 입,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무슈(Monsieur)는 '미스터, ' 마담(Madame)은 '미스'라는 뜻이다. 크로크 무슈는 빵 사이에 햄과 치즈를 낀 뒤, 빵 위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것이고, 크로크 마담은 크로크 무슈 위에 계란을 얹은 것이다. 기왕 같은 가격이라면, 계란이라도 하나 더 들어간 크로크 마담을 먹어야겠지?


다른 메뉴는 친구가 골랐는데, 와플을 시럽과 과일로 곁들인 디저트용 말고, 샌드위치처럼 햄과 치즈를 넣은 와플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인다고 했다.

시키고 보니 비슷한 음식이 나왔네요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면 바로 이런 걸 말할 것 같다.

하지만, 특별히 계속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바로 과하지 않게 심심하지만, 재료의 맛 하나하나 느껴지도록 조리한 음식이라서 그런 것 같다. 치즈와 버터가 딱 다른 향을 해치지 않고 풍미를 더해줄 정도만, 달달한 시럽이 아주 약간 들어있어 부드러운 단짠의 느낌을 주고, 계란의 익힘 정도가 까슬까슬하지 않고, 호로록 부드럽게 들어간다. 짭조름한 잠봉 한 줄이 기분 좋은 짠맛과 비릿한 햄의 맛을 더하니 적은 식재료로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맛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곁들일 카페오레(Cafe au lait) 함께 시켰는데, 에스프레소  대신, 레귤러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만들어서 그런지 수프 대접(?)  잔에 따라주었다. 커피향도 강하지 않고 은은해서 은은한 음식들과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모든 것이 눈에 띄는 강렬함 없이 슴슴하니 빗소리에  맞는  끼였다.

카페오레는 원래 우유 거품이 없답니다



친구와 그동안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걸 나누고, 빗소리를 들으며 3시간이 지난 것 같다. 같은 자리에 있는 것 치고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테이블 담당 웨이터였던 남자분은 부담 느끼지 말라는 말과 미소로 30분에 한 번씩 우리 테이블로 돌아와 그릇을 치우고, 계산서를 놓고, 계산서를 가져갔지만.

어찌 되었건 뉴욕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여유와 친절이어서 더 뉴욕을 벗어난 것 같았달까?


하...참....

뉴욕은 도대체 얼마나 급하고 불친절하길래?


*보너스 편:

프렌치식 스크램블드 에그는 버터에 잘 풀은 계란을 익힘 색이 나지 않게 부드럽게 흐르는 정도까지만 익혀, 파마산 치즈와 크렘 프레시(Crème fraîche)를 얹어서 먹는 것이 특징인데, 혹시 집에서 도전해 보고 싶다면 아래를 참조해 보길 바란다 (씌익): '계란 조리- 스크램블 에그'에서 계란을 불에서 내리는 타이밍은 당신이 원하는 익힘 정도의 80%에 다다랐을 때라고 생각하면 된다! 끝 마무리는 간 파마산 치즈를 섞어 주거나 가니쉬로 얹고, 크램 프레쉬가 있는 집은 작은 술 떠서 사이드 토핑으로 얹어서, 먹을 때 조금씩 섞어 먹는다. 후추는 많이 많이~

https://brunch.co.kr/@yeahjinny/17



나중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

1. 글쎄... 부벳 1호점은 뉴욕이고, 2호점이 파리래요

2. 글쎄... 2022 여름에 강남점이 오픈한대요


우연의 일치지만 유료 광고로 글 쓰고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하하하.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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