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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쌱 Jan 19. 2024

경계선 지능장애를 아시나요

인터넷 창에 검색해 본 사람 '나야 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애매한 짬이 찬 상태로 회사생활을 해보니, 사회 초년생일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곤 하는데, 그중에는 실수한 사람의 태도가 있다.


사람이 실수하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짐짓 뻔뻔해지거나’ , ‘자책감을 느끼거나’


나는 (심한) 후자 타입인데, 내가 맡은 업무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모든 감정이 우울과 후회로 변한 채로 잠식되는 편이다. 특히나 내 실수 탓에 남한테 민폐를 끼치게 된다면 그 사실 하나로 충분히 나를 숨 막히게 짓누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누군가는 ‘실수? 할수도 있지.’ ‘업무? 모를 수 있지’라고 당당하게 반응할 수 있다지만, 나는 실수에 짐짓 뻔뻔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못되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경계선 지능장애’에 대해 검색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대답은 ‘있다’에 속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많이.


스스로 자기객관화를 통해 ‘무능’에 대한 이유를 찾다 보면 최근 유튜브나, TV, 방송매체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계선 지능장애’나 '성인 ADHD'가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의 결론에 항상 도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식으로 검사를 받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인터넷에 ‘경계선 지능장애 특징’에 대해 검색했을 때, 나왔던 첫 문장이 [집중력이 낮고 실수가 많다.] 였는데, 이미 첫 문장부터 나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껴 지레짐작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에 대학 동기들과 직장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용기를 내서 업무 실수에 관한 이야길 꺼낸 적이 있었다.


“나는 약간 업무를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간단한 실수를 많이 하는 것 같아. 진짜 기본적인 걸 틀릴 때마다 자괴감도 들고, 내가 너무 무능하구나를 느껴. 오죽하면 내가 경계선 지능장애가 아닌가 의심을 해본다니까?”


동기 A : “엇 나도 그런데??”

동기 B : “나도 항상 내가 경계선 지능장애는 아닌지 걱정하는데ㅋㅋㅋㅋ”


동기들의 대답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생각보다 다들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매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머릿속이 매우 명쾌해지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그런 생각을 한 번씩은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내 동기 친구들은 절대로 어딘가 부족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도 남들이 보기엔 부족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나’혼자만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핍박하고, 주눅이 들어 있던 것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재의 감정을 바꿔놓는 것, 결국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 이 장난 같은 인간 존재의 의식들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라고 표현한다.이 말은 모든 인간의 감정은 생각이 자아내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비틀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에겐 힘이 되고,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역시 옛 어른들의 지혜는 틀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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