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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Jan 01. 2024

믿을 수 없이 소중한 것

 "헤엄치는 건 하늘을 나는 것 다음으로 좋은 거야." 그는 사라에게 그것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하늘을 날아 본 적 있어?"

 "아직."

.

.

.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보노보노야. 네가 예전에 그랬지. 수영을 하기 싫다고, 정확히 말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몸을 내보이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굴곡이 창피하다고 말하던 너의 말을 기억해. 항상 기세등등하던 네가 약간은 작아진 목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을 왠지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어. 커다란 굴곡과 대비를 이루는 움츠러든 목소리가 꽤 귀여웠거든.


보노보노야. 나는 믿을 수 없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봤어. 그 안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에 전율이 일고 그 또한 순간이라는 사실에 괴로울 만큼 아름다운 광경말이야. 스페인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바다마을에 나는 있었어. 짧은 생동안 단 한 번도 수영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익숙한 것을 대하는 것처럼 수영을 했어. 믿을 수 있겠니? 낯선 곳에서 낯선 일을 하는 낯선 내 모습. 추측과 확신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는 거야.


나는 수면 아래의 소리를 들었어. 수면 아래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았어. 그 안을 헤엄치는 작은 생명들을 보았어. 앞서 헤엄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잘은 기포들을 보았어.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어.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그것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참고 내쉬고 그것들을 많이 반복했어. 참 많이 반복했어.


가끔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려. 그러면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거야. 소리를 더듬고 빛을 더듬고 생명들을 더듬고 공기방울을 더듬고 마지막으로 온몸을 휘감던 표류하는 감각을 공들여 복원하고는 그 안에 둥둥 떠다니는 거야. 그러다 눈을 뜨면 수영하기 싫다고 투덜대는 귀여운 네 굴곡이 떠올라서 조금 웃어.


믿을 수 없이 소중한 광경과 그와 이어진 작은 웃음이 모두 나의 것이라니.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나의 일부라니.


언젠가 너에게 수영을 알려주고 싶어.

수면 아래의 아름다운 것 중에 아마 네가 제일일 것이라는 추측과 확신을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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