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잊어버리게 될 거 같았어"

영화 [소울메이트]

by 정주구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잊어버리게 될 거 같았어


진우가 좋아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이제 우린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겠구나
넌 어제의 나처럼?
난 어제의 너처럼

소울메이트_파스텔드로잉
기억에 남는 색감




초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


봄이 저물 때 주는 후덥지근함과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끈적임이 있는 영화다.

대게의 청춘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초여름의 아득한 분위기와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이 주는 혼란스러움이 섞여 설렘의 한 덩어리로 응축된 청춘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극의 초반에는 그들의 관계가 이성이어서 사랑으로, 동성이어서 우정으로 남겨져야만 것이 아쉬웠다. 친구관계보다 약한 연인관계를 보며 그 아쉬움은 더 힘을 얻었다. 그들이 이성이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연인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초중반까지는 그저 청춘물을 관전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다가 한 대사가 나올 때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대사였다.


'왜 파혼했어?'
'나는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어. 다른 선택들도 그렇고. 그런데 진우가 좋아하는 내가 진짜 날까?'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잊어버리게 될 거 같았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잊어버리게 될 거 같았어.



같은 생각으로 괴로워하던 때가 기억났다. 극 중 인물의 마음고생을 나에게 투영하여 공감했다.

존재와 삶에 대한 물음표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나를 찌를 때,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또 결국 무감해지다가 어느 순간에 무감으로 감춰놓았던 고통이 다시금 일렁이곤 했다.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지친 그림자가 보여서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저 그런 청춘영화로 표현하는 것은 아쉬워서 내 마음대로 초여름의 영화라고 말해야겠다.


후덥지근하고 아득하고 혼란스러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