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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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나, 너를 사랑하고 있구나.




너에게 어떤 말을 할까 가만히 정리하다가, 문득 아 나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고픈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큰하더라고. 그 감정을 파고들다 보면 너에게 하고 싶은 멋진 말이 떠오를 것 만 같아. 극기훈련 가서 부모님께 편지 쓸 때 기억나? 정말 소중한 존재이지만 일상의 그늘에서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어쩔 때는 미워서 울기도 하고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는 그런 존재에 대해 잠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잖아. 내가 너를 생각할 때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아. 너무 당연해서 집 벽지 무늬처럼 그곳에 항상 있던, 동네 당산나무를 마주하는 것. 마을의 가운데에 조용히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


어느 날 문득 그 당산나무의 아랫부분을 봤는데, 생각보다 되게 안정적으로 뿌리를 박고 있는 걸 보게 된 거야. 그리고는 깨닫겠지, 이 나무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항상 변해야 했었다는 것을. 가령 푸른 잎을 유지하기 위해 시든 잎은 떨어뜨려야 하고 안정적인 나무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뿌리를 더 깊게 박고 있겠지. 어떤 책에서 읽었던 부분인 것 같아. 시냇물은 항상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매번 흐름으로써 변함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너도 그래. 24살의 너와 변함없이, 28살의 너 또한 여전히 변함없이 든든한 존재일 수 있었던 건, 아마 네 나름대로 시든 잎은 떨어뜨리고 단단한 흙 아래로는 뿌리박는 작업을 계속함으로써 변함없이 보였던 건 아닐까. 그 과정을 간과하고 너에게 항상 같은 모습이어서 고맙다고 했던 것 같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너의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28살의 내 옆에 네가 있어줘. 또 너의 나이일 때도, 또다시 너의 나이일 때도 항상 옆에 있어줘. 그때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내 눈엔 변함없는 너로 보이겠지?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