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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Invidia

나는 따라 집히고 싶지 않다.

by 돌이
tempImagepooja7.heic

7월로 넘어가는 6월 말이면 해는 일찍부터 뜬다.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떠도 이미 밖은 밝다. 요란하게 울어대는 핸드폰 알림음, 얕은 잠에서 나를 끄집어 올리는 그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뜬다. 눈을 뜨고 거실에 놓인 핸드폰의 알림을 종료하러 가는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서는 두 생각을 한다.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잘까? 옷을 갈아입고 달리러 나갈까?'


항상 옷을 갈아입는 것은 아니다. 절반은 침대로 돌아가고, 절반은 달리러 나간다. 달리기 위해 나가는 과정 곳곳에 나를 침대로 잡아끄는 요소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모두 물리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야외로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그저 내달리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온갖 근육이 찌뿌둥하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미 집 밖으로 나선 이상, 집 안에 있을 때보다는 유혹의 강도가 낮다. 보폭을 좁게 해 100m, 200m쯤 내달리면 잡념은 사라진다. 나는 달리고 있다. 머리카락 속 땀구멍이 열리고 잠시 후면 전신의 땀구멍이 개방된다.


스마트워치에서는 오늘 목표한 속도와 거리를 끊임없이 알려준다. 숨이 차고, 다리는 굳어가지만 계속해서 울어대는 스마트워치 때문에 마음 편히 달리지 못한다.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불안감에 나는 나를 계속해서 채찍질을 한다. 숨은 더 가빠오고, 심박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앞으로 5km를 더 달릴 수 있을까?'


그 순간 뒤에서 착착 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비슷한 보폭을 가진 사람이 안정적인 리듬으로 착지를 하는 소리다. 땅을 딛는 발소리엔 힘이 실려있지 않고, 그저 땅을 가뿐하게 내딛을 뿐이다. 그는 나를 앞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와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다. 보폭으로 3걸음 정도 되는 거리 뒤에서 나와 비슷한 빠르기로 달린다. 나는 귀에 꽂은 이어폰을 내렸다. 내 발소리와 호흡, 그리고 심장소리에 집중한다. 나는 지금 안정적인가, 불안정적인가. 호흡은 발소리는 불규칙적이고, 호흡은 살짝 가쁘다. 심장은 미칠 듯이 뛰어댄다. 그러나 내 뒤에 있는 그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숨 쉬는 소리는 들릴 듯 말 듯, 입과 코로 적절히 내쉬고 뱉는다. 발소리는 4/4박자로 규칙적이면서 가볍게 들려온다.


내 마음속에 무언가가 꿈틀 한다.

'뭐야, 저 사람 왜 이렇게 잘 달리지?'

'저 사람이 나보다 달리기를 못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이 부상을 당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이 달리다 다쳐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는 나보다 자신의 달리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절대 무리해서 달리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부상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둘 중 한 사람이 부상을 당하고 다친다면 그것은 그가 아니라 나일 것이다.


내 안에 꿈틀 댄 것이 나는 영 마뜩잖다. 나는 나를 더 몰아친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트랙을 내지른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를 돌았다. 50m 앞에 내 뒤에서 딱 삼보만큼을 유지하며 달리던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금 더 속도를 올려 그를 앞질렀다. 그리고 그 트랙을 빠져나왔다.


2025.07.18 365개의 글 중 65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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